터키서 실종 20代 끝내 시신으로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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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임지원 씨. 연합뉴스
터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임지원 씨. 연합뉴스
지난달 초 터키 배낭여행 중 실종됐던 한국인 임지원(29) 씨가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달 17일 현지에 도착해 임 씨를 찾아 헤매던 부친 임영길(林英吉·64) 씨는 싸늘하게 식은 아들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임영길 씨는 현지 시간 5일 0시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편으로 아들의 시신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시신 발견=외교통상부는 3일 오후 2시경(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 외곽의 해안지대인 골든 혼(Golden Horn) 지역에서 임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임 씨 시신은 임영길 씨와 현지 경찰당국과의 수사 공조를 위해 지난 주말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관 등이 입회한 가운데 확인됐다.

터키 경찰당국은 주터키 한국대사관(대사 김창엽·金昌燁) 측의 요청으로 임 씨 실종사건을 수사해 오던 중 이날 오후 이스탄불 인근 바닷가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현지 시민의 제보를 받고 한국 측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터키 경찰은 임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부검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한국 시간으로 4일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오열하는 부정(父情)=임영길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아들을 부여잡고 한없이 울었다. 건강했던 아들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임 씨는 “이스탄불에 마취약을 타먹이고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가 횡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들도 그 같은 범죄에 희생됐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수사에서 단서가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씨는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다. 아들을 데리고 빨리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허탈해 했다.

임 씨는 친구와 함께 이스탄불에 도착해 교민들의 도움을 받아 전단 5000장을 만들어 뿌리는 등 아들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임 씨는 터키한인회(회장 김상진)와 터키한인문화교류협회(회장 박용덕) 등 동포단체, 주터키 한국대사관 직원 등과 함께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여 왔다.

숨진 임 씨는 1남 2녀 집안의 외아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아버지가 경영하는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했으며 이 공장을 물려받을 예정이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임 씨의 큰 누나는 “우리 지원이가 죽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통곡했다.

▽사인=주터키 대사관 측은 임 씨의 시신에서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현지 범죄자들이 준 마취 음료를 마신 뒤 깨어나지 못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임 씨가 지녔던 신용카드가 누군가에 의해 인출이 시도됐던 점도 범행에 의한 희생 가능성을 보여 준다.

김 대사는 “지난해 일본인 2명이 실종되는 등 터키에서의 여행 안전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 해 10만 명의 한국인이 이스탄불을 방문하는데 대사관이 앙카라에 있어 즉각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종=숨진 임 씨는 2월 17일 이집트로 단체 배낭여행을 떠난 뒤 3월 2일 터키로 이동했으며 이튿날인 3월 3일 국내의 가족에게 “잘 도착했다. 외국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돌아가 아버지 일도 도와야 하니 한국 시간으로 8일 귀국할 예정”이라는 안부전화를 남겼다.

임 씨는 5∼6일 현지 교포가 운영하는 동양호텔에서 묵은 뒤 7일 귀국을 앞두고 비행기 탑승 시간이 남아 숙소에 여권과 짐만 맡겨둔 채 호텔을 나선 이후 소식이 끊겼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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