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여자전화 걸려와 부인과 다퉈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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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8일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청와대 행정관 이모(39) 씨를 구속했다.

▽청와대 행정관 구속=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실 3급 행정관인 이 씨는 17일 오전 2시경 동대문구 전농동 J교회 앞에 정차된 자신의 카렌스 승합차 안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인 이모(35) 씨가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데 격분해 아내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16일 오후 10시경 퇴근한 뒤 집에 있던 아내와 술을 마시던 중 한 여성으로부터 자신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것에 의심을 품은 아내와 다투다 다음 날 오전 1시경 함께 차를 타고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학생운동권 출신 386세대로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캠프에 합류했으며 학생운동을 하며 만나 2003년 결혼한 아내 이 씨는 열린우리당 대변인실 부국장이다.

이 씨는 경찰에서 “(여자 문제 때문에) 평소에도 아내가 나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분위기 심각=여권은 청와대 행정관이 살인사건을 저지른 것이 전례가 없는 일이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또 해당 행정관이 정권의 실세그룹인 386세대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도 여권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은 18일 상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계속 힘든 일이 터지는 것 같다”는 한 열린우리당 관계자의 말에 “이번 사건이 청와대에 악재”라고 답하기도 했다.

숨진 이 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열린우리당 당직자들도 가능한 한 이 씨 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은 채 “나중에 상황을 보고 이야기하자”며 침통해했다.

18일 이 씨 빈소의 영정 앞에는 노 대통령 명의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봉투가 놓여 있었다. 또 전현직 여당 중진 의원들의 조화 10여 개가 빈소를 채웠다.

당초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당사 앞에서 노제를 지내는 방안이 한때 검토되기도 했다. 이 씨의 유해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19일 화장을 거쳐 고향인 강원 태백시에 뿌려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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