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설득나선 교육부 vs 시큰둥한 대학들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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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가 변별력을 갖추었다”며 200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대학들이 내신 반영 비율을 늘려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주요 대학을 잇달아 방문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대학들은 ‘자율권 침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능 전과목 1등급 많지 않아=9등급으로 제시되는 수능 성적만으로는 변별력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영역별 등급을 적절히 조합하면 변별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주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 응시자 49만3599명 중 3개 영역 모두 1등급인 학생은 0.95%(4687명)에 불과했다. 이는 수능 전체 응시자의 0.85%에 불과하다는 것.

2개 영역 이상 1등급은 3.57%(1만7597명), 1개 영역 이상 1등급은 10.84%(5만3528명)였다. 탐구영역을 포함해 4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716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학생부 신뢰도도 상승=현 고2 학생 2만3059명의 지난해 1학년 2학기 학생부를 분석한 결과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과목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0.34%(78명)에 그쳤다.

일선 학교 대부분이 등급 비율을 잘 지킨 데다 모두 1등급을 받는 학생이 많지 않아 학생부도 충분한 변별력이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다.

교육부는 특히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학생부 석차에도 수능처럼 9등급을 적용하고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까지 적도록 했음을 강조했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 평가실장은 “학교가 원하는 특정 과목에 가중치를 주면 변별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간 학력 차는 어쩌라고=대학들은 일선 학교의 성적 부풀리기는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학교 간 학력 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실력이 떨어지는 학교의 학생부를 똑같은 잣대로 취급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2005학년도 2학기 고교 1학년
2만3059명 학생부 분석 결과
1등급 받은 과목인원(비율)
5과목78명(0.34%)
4과목 이상256명(1.11%)
3과목 이상558명(2.42%)
2과목 이상1119명(4.85%)
1과목 이상2578명(11.18%)
자료: 교육인적자원부
중앙대 강태중(姜泰中) 입학처장은 “비슷한 실력의 지원자를 모집단위별로 사정하기 때문에 수능과 학생부만으로는 진짜 실력을 가려내기 어렵다”며 “변별력 때문에 대학이 원하지 않는 과목까지 모두 잘하라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고 교육부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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