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大亂… 정부 손놓고 있다 뒷북

  • 입력 2006년 3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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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노조원 경찰서로3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모 휴양시설에서 산개투쟁을 벌이던 철도노조 일산지부 집행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전국 주요 사업장과 콘도, 모텔, 찜질방 등에 모여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 파주=연합뉴스
파업 노조원 경찰서로
3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모 휴양시설에서 산개투쟁을 벌이던 철도노조 일산지부 집행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전국 주요 사업장과 콘도, 모텔, 찜질방 등에 모여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 파주=연합뉴스
■ 철도파업 혼란 악순환 왜

이번 ‘철도대란’은 정부와 철도공사 측이 예상됐던 불법 파업에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임기응변식 대처를 해왔다.

1988년에 이어 1994년, 2003년, 올해까지 모두 4회에 걸친 철도노조의 불법 파업은 ‘단체협상 결렬→파업→복귀 명령 및 경찰 개입→노조 산개투쟁→단체협상 결렬’ 등의 순서를 되풀이했다.

반면, 파업이 발생했을 때 기간 교통망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 등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의 ‘사후약방문’=올해 노조 파업에 대한 철도공사의 대응은 극과 극을 달렸다.

공사 측은 1일 노사협상 당시만 해도 해고 노조원의 복직을 늘려주고 한국고속철도(KTX) 여성 계약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시민사회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내용의 양보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철(李哲) 철도공사 사장이 2일 “직장을 이탈한 노조원 2400명을 직위 해제하겠다”고 노조원들을 압박하면서 공사 측의 태도는 돌변했다.

3일에는 “이번 기회에 2003년 단체협약 당시 ‘본인의 동의 없이 비연고지역이나 타 직종으로 전보하지 못한다’는 조항과 근속 자동승진 등 독소조항을 전면 재손질하겠다”며 초강수를 두었다.

공사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철도공사노조 파업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커지고 노조원이 조만간 복귀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KTX 기관사들 다시 일터로
‘농성장에서 현업으로.’ 철도 파업 사흘째인 3일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의 강경 대응 방침이 재확인되면서 파업에 참여했던 KTX 기관사들이 서울역 기관사 승무사무소로 복귀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예고된 파업, 막을 수 없었나?=철도공사 노조의 이번 파업은 쟁점이나 교섭 과정 및 전개 행태 등이 2003년 파업 당시와 흡사하다.

민주노총이 철도공사 노조의 파업 하루 전에 파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닮았다.

그럼에도 철도공사와 정부는 노조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파업을 예고했음에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철도공사는 이러한 비판이 쏟아지자 ‘협상은 더 없다’며 파업 참가자의 대규모 직위해제를 발표했다. 이미 파업이 시작돼 서민의 발이 묶이고 수출 전선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복귀 조합원 늘어=3일 민주노총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비정규직 보호법안 강행처리와 관련한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하면서 철도공사 노조의 결속력이 급격하게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철도공사 노조가 산개투쟁으로 전환한 뒤 노조의 단결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파업 중인 노조원 가족들에게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산개투쟁으로 전환되면서 조합의 단결력이 떨어져 사업장으로 돌아오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철도공사의 파업 강경 대응을 놓고 올봄 노동계의 춘투를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비정규직 법안이 올해 4월 임시국회로 연기되면서 향후 노동계의 불법 파업에 대한 엄중 대처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올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에 뒤늦게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부 종합

복귀자 늘며 勞勞갈등 깊어져

철도공사 노조 소속 수도권 전철 기관사 전원이 3일 전격적으로 업무에 복귀하면서 사흘째 계속된 철도노조의 파업은 급격히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2일부터 수도권 일대 민박집과 찜질방, 콘도 등에 흩어져 파업을 벌이던 이들은 3일 오후부터 서울 고속철도(KTX) 승무사무소 등 해당 지역사무소를 통해 잇달아 복귀의사를 밝혔다.

이날 수도권 전철 기관사 노조원들의 업무 복귀는 가족들의 설득과 불법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 정부와 공사 측의 강경대응 방침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들 중 상당수는 복귀 신고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기에 앞서 가족들이 먼저 전화로 복귀 의사를 알려오기도 했다.

철도공사가 2일 오후 3시를 최종 업무 복귀 시한으로 노조 측에 통보한 이후 노조원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파업 강행을 주장하는 노조원들과 복귀자들 사이에 ‘노(勞)-노(勞)’ 갈등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2시 반경 서울 중구 봉래동 철도공사 서울지부 7층에서는 복귀 신청을 하려는 서울 고속철도 승무사무소 소속 기관사 100여 명과 이를 저지하려는 철도공사 노조 해고자들 사이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해고 노동자들이 “이렇게 흩어지면 다 죽는다”며 복귀 신청을 막으려 하자 업무에 복귀하려는 기관사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조합원은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의 복지 향상과 임금 협상 때는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정치적인 파업에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도부의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복귀 명령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또 교통대란이 사흘째 이어지며 곳곳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3일 오후 4시 23분경 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는 인천행 전동차가 40분 가까이 되도록 도착하지 않자 승강장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지하철 1호선 구간의 경우 퇴근 시간대 배차 간격은 10∼15분으로 전날의 30∼40분보다 크게 나아졌으나 오후 6시 반경 서울역에서는 경기 화성시 병점행 전동차가 30분만에 도착하는 등 일부 구간에서 배차 간격이 20∼30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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