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필화가에서 문근영까지… 모두가 21세기 이끌 인재”

  • 입력 2006년 2월 14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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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시각장애인, 못 말리는 발명왕, 예비 과학자, 구필(口筆) 화가 등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한 고교생과 대학생 80명이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로 선정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4일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이들에게 대통령 메달과 교육부총리 상장, 100만~3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김 건(19·부산 동천고3) 군은 선천성 3급 시각장애인으로 오른쪽 눈은 실명, 왼쪽 눈은 시력 0.04의 심각한 약시다. 흐릿한 왼쪽 눈으로만 생활해야 하는 김 군은 확대경을 이용해야 겨우 책을 볼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닌 김 군은 이런 악조건 속에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수재. 부산 배정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올해 동천고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한다.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전 영역 중 5개만 틀렸을 정도.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해 3월부터 새내기 대학생이 된다.

김 군의 부모는 아들의 등하교를 위해 아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마다 학교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아버지 김봉규(43·사업) 씨는 "한번도 학원을 다닌 적이 없었지만 학교수업과 자율학습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아들이 대견스럽다"며 "항상 강하고 꿋꿋하게 살라고 늘 얘기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 군이 공부만 잘하는 책벌레는 아니다.

김 군은 고교 시절 치매 노인을 위한 110시간의 봉사활동을 포함해 모두 166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 앞을 보지 못할 뿐 튼튼한 몸을 이용한 봉사활동에는 빠질 수 없다는 것.

김 군은 "행정고시에 응시해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돼서 장애인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장래포부를 밝혔다.

권민재(19·서울 보성고3) 군은 자타공인 '발명왕'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한 발명은 권 군의 인생 일부가 됐다. 전국 발명대회에서 22차례나 수상한 권 군은 의장등록 2개, 실용신안 6개, 특허 2개를 소유한 어엿한 발명가다.

권 군은 "카세트 라디오, 비디오, 텔레비전 등 집 안의 전자제품 중 웬만한 것을 다 해부해 부모님께 많이 혼났다"며 "지금은 발명품 만들 때 쓰라고 용돈도 주실 정도로 강력한 후원자가 됐다"고 말했다.

경희대 기계산업시스템공학부 수시모집에 합격한 권 군의 장래희망은 '발명하는 CEO'다.

권 군은 "많은 사람에게 편리함을 주는 발명품을 만들어 팔고 싶다"며 "사업을 하면서 발명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최안렬(25·성균관대 생명공학부) 씨는 학부생으로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에 2편의 논문을 등록한 전도유망한 예비 과학자다. 최 씨는 보행 시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수치정보를 측정하는 연구로 국내 SCI와 미국 SCI에 각각 한 편씩의 논문을 등록했다.

최 씨는 "연구를 진척시켜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이 관절염 등 질환을 쉽게 예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영화배우 문근영(광주 국제고) 양,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한 야구선수 한기주(광주 동성고)군 , 얼짱복서 최신희 씨, 구필화가 박 정씨 등도 상을 받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함께한 뒤 2박 3일의 일정으로 금강산 현장견학을 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공유할 줄 아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달라"고 격려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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