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예술”…서울 명륜동3가 ‘마을 미술관’ 프로젝트

  • 입력 2006년 2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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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3가 주민이 ‘하늘계단’을 오르고 있다. ‘하늘계단’은 명륜동3가 골목의 계단에 ‘하늘’이란 상징적 이정표를 붙이고 구름을 계단마다 그려놓은 전시 작품이다. 사진 제공 ‘접는 미술관’
명륜동3가 주민이 ‘하늘계단’을 오르고 있다. ‘하늘계단’은 명륜동3가 골목의 계단에 ‘하늘’이란 상징적 이정표를 붙이고 구름을 계단마다 그려놓은 전시 작품이다. 사진 제공 ‘접는 미술관’
조용한 주택가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3가 전체가 공공미술관으로 바뀐다.

지역 특색에 맞는 공공미술을 시도하는 ‘접는 미술관’ 모임이 16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명륜동에서 찾다’를 주제로 이곳에서 ‘프로젝트 亞-명륜 아’ 전시회를 연다.

성균관길 입구에서부터 서울성벽의 와룡공원까지 동네 곳곳의 골목과 계단, 담벼락이 전시공간으로 바뀐다.

기억, 정체성, 풍경, 시나리오, 소통 등 5가지를 주제로 동네 사연과 주민의 삶을 표현한 작품 17개를 전시할 예정이다.

담장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마을의 상징적인 장소에 미술품을 설치한 경우는 있었지만 동네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기는 처음.

우선 마을버스(8번) 모양이 바뀐다. 버스 외관을 바코드 모양의 색지로 덮을 계획이다. 정류장 인근 인도는 표지판을 형상화한 모자이크 타일 작품으로 장식한다.

공원 정자와 보도 경계석에는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옛 시조를, 골목 담벼락에는 명륜동의 풍경을 새긴다. 유리가게는 명륜동을 주제로 하는 그림과 사진을 보여 주는 갤러리가 된다.

‘접는 미술관’은 8일까지 모든 작품을 설치하고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 전시회는 기획에서 전시까지 6개월이 걸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안규철(51·조형예술) 교수, 2004년 대한민국예술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배영환(37) 씨 등 공공미술 작가 14명, 성균관대 미술학과 학생 3명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상가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받은 스티커를 대형 지도의 자기 집 번지수에 붙여 ‘명륜동 소비 풍경화’를 만들었다. 문패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주민 차상원(52) 씨는 “명륜동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이렇게 멋진 동네라는 걸 몰랐다”며 “대학로만 아는 젊은이들에게 동네를 널리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접는 미술관’ 기획팀 최소정(33·여) 씨는 “문화센터 강좌만으로는 주민이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며 “전시성 행사와 달리 주민이 자연스럽게 예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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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갸웃갸웃→끄덕끄덕▼

마을 전체를 미술관으로 바꾸는 ‘프로젝트 亞-명륜 아’ 전시회는 주민들이 적극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지역의 특색과 주민 의견을 반영한 미술품을 마을에 설치하는 이번 전시회는 ‘접는 미술관’의 설치미술작가 최소연(39·여) 씨가 지난해 2학기 성균관대 미술학과 전공과목 강의를 맡으면서 기획했다.

처음에는 주민이 협조하지 않아 무산될 뻔했다. 작품 소재를 찾으려고 초인종을 누르면 주민들은 “학생들이 이상한 짓을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먹고살기 바쁘다며 내쫓기도 했다.

한 달이 넘도록 성과가 없어 전시회를 포기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미술관은 주민설명회를 통해 취지를 알리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명륜동3가 치안센터의 빈 공간을 빌려 주민 30여 명에게 취지를 설명했다. 홍보 포스터와 전단을 돌리자 주민들이 달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명륜동의 역사와 상징물, 전시하기 좋은 장소를 알려 주는 주민이 늘어났다. 방치된 정자에 그림과 시를 새겨 넣거나 다양한 모양의 문패는 모두 주민의 아이디어.

주민들은 16일 ‘명륜예술상’ 시상식에서 전시작품을 심사한다. 또 이날부터 4명이 관람객을 돕는 자원봉사 가이드로 나서기로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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