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미세먼지 분석해보니…山 아래 공기가 왜 탁할까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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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인접해 ‘서울의 청정지역’으로 불리는 서울 도봉구와 은평구가 인체에 유해한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하나인 미세먼지(PM10) 연평균 오염도가 각각 m³당 72μg, 70μg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인 중구가 가장 오염=이는 서울시의 연간 기준치인 m³당 6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초과한 것이다. 환경부 기준치는 m³당 70μg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치는 이보다 훨씬 엄격한 m³당 40μg이다.

반면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의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는 각각 m³당 46μg, 55∼56μg, 61μg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이는 본보가 26일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대기조사 현황 자료를 입수해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밝혀졌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로 호흡기 질환 등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유해물질이다.

이번 분석에서 마포구는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가 m³당 43μg으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았고 강남구(46μg), 동대문구(47μg), 종로구(51μg) 순이었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낮은 자치구들은 도로 세척을 자주 하고 대기오염물질이 원활하게 빠져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구는 m³당 74μg으로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가 가장 높았고 도봉구, 은평구, 광진구가 뒤를 이었다.

중구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인 자동차 통행이 잦고 고층건물이 많아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은 지난해 미세먼지 오염도가 m³당 58μg으로 1995년 첫 조사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본보 18일자 A1·3면 참조

▽청정지역이 ‘미세먼지의 천국?’=도봉구와 은평구는 자연 환경이 우수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자치구의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것은 이들 지역이 움푹 파인 분지 형태인 데다 고질적인 교통 정체 등으로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졌기 때문.

특히 도봉구의 경우 도봉산, 수락산, 북한산에 둘러싸여 있고 고층 아파트가 연이어 세워지면서 바람 길이 막혀 대기오염물질이 빠져 나가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12월∼올해 1월 도봉구 일대 4곳에서 미세먼지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m³당 72μg이었으나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8∼10시에는 m³당 81μg으로 높아졌다.

연구원은 고층 건물을 신축할 때 지역의 지형을 고려해 건물 층수를 안배해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 많은 강남지역이 오히려 맑아=강남구, 송파구, 서초구는 서울의 승용차 총 220만 대 가운데 47만 대(약 20%)가 몰려 있고 도봉구나 은평구에 비해 녹지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강남지역 자치구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오히려 환경부 기준치를 밑돌았다.

강남구는 승용차가 19만6476대로 전 자치구 중 가장 많았지만 도로 세척을 수시로 실시하는 등 환경정화에 나서면서 미세먼지 오염도가 서울에서 두 번째로 낮은 지역이 됐다.

서초구의 경우 대형 버스가 모이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 인접한 관계로 미세먼지 오염도가 강남지역 가운데 다소 높은 편이었다.

환경 및 보건 전문가들은 자치구에서 도로 청소를 하고 녹지를 확대하면 대기오염이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대 장재연(張栽然·시민환경연구소장) 교수는 “도봉구처럼 경기도에서 많은 차량이 들어오고 상습 정체 현상이 있는 지역은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이종태(李宗太·보건관리학) 교수는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지역은 정해진 시간에는 대형 트럭이 도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거나 외곽순환도로를 만들어 우회시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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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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