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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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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논문 작성과 조작을 주도한 인물이 연구 책임자인 황 교수가 아니라 서울대 수의대 강성근(姜成根) 교수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이 공개됐다.
강 교수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작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권대기 배아줄기세포연구팀장, 김선종(줄기세포 배양 담당) 연구원 등에게 여러 차례 데이터 조작과 관련된 일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위는 판단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는 2005년 논문과 관련해 강 교수에게서 데이터를 전달받아 논문을 집필하고 심사평에 대한 응답을 맡았다. 또 2004년 논문과 관련해선 사이언스 편집진과의 인터뷰를 주선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황, 강, 섀튼 교수를 제외한 22명의 2005년 논문 공저자는 논문 작성, 제출, 심사, 출판 경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
또 2004년 사이언스에 게재됐던 체세포 핵치환 인간배아줄기세포 논문은 원래 ‘네이처’에 투고됐으나 게재를 거부당했다.
우연히 일어난 처녀(단성)생식의 산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1번 줄기세포는 원래 실험에 부적합한 미성숙 난자를 이용해 핵치환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그야말로 ‘우연의 산물’인 셈이다.
이와 함께 황 교수는 여성 연구원의 난자 제공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황 교수팀의 여성 연구원은 자신이 원해서 난자를 제공했으며 황 교수가 이를 승인했다고 진술했다. 이 연구원은 2003년 3월 10일 황 교수의 차를 타고 함께 미즈메디병원에 갔으며 노성일(盧聖一) 이사장이 난자 적출 시술을 했다. 2003년 5월에도 황 교수팀은 당시 여성 연구원들에게 난자 기증 의향을 묻는 서식을 나눠 주고 서명을 받았다.
황 교수팀은 2002년 11월 말부터 2005년 11월 초까지 모두 2061개의 난자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논문에 적시한 사용 난자 수보다 훨씬 더 많은 난자를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타 보고서 내용=2005년 논문은 2개의 줄기세포로 11개의 줄기세포 데이터를 조작했다. 이 2개의 줄기세포도 체세포 복제가 아닌 수정란 줄기세포였다.
조사위는 2004년 논문을 검증하기 위해 모두 23개의 샘플을 3개 연구기관으로 보내 같은 분석 결과를 얻었다. 또 난자 제공자 두 사람의 혈액을 추가로 확보해 분석했다.
11개는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5번으로 확인됐다. 1번 줄기세포는 난자 공여자 한 명의 난자가 탈핵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위는 추정했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주 DNA 지문 분석 결과와 세포 사진들도 조작됐다.
그러나 조사위는 복제 개인 ‘스너피’의 난자 제공견 체세포 조직을 분석해 근친교배로 스너피가 태어났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또 조사위는 서울대 수의대 기관 윤리심의위원회가 황 교수의 주도로 위원을 선정하고 이영순 위원장이 심의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점 등 구성과 운영 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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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처녀생식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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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유전자검사를 의뢰한 2004년 1번 줄기세포의 샘플 23개 가운데 12개가 처녀생식(단성생식)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과학계에서는 이번 논문 조작 사건과 무관하게 처녀생식을 통해 인간의 줄기세포를 만든 것은 ‘세계 최초의 성과’라고 평가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조사위는 체세포 공여자(B 씨)에게서 얻은 혈액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와 1번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B 씨가 바로 난자를 제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난자를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
하지만 B 씨 혈액의 핵 유전자와 1번 줄기세포의 핵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48개 표시자 중 40개만 일치하고 8개는 달랐다. 만일 줄기세포가 복제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48개 모두가 일치해야 한다.
조사위는 8개의 표시자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난자가 분열할 때의 특성이 나타난 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난자가 전기충격 등으로 마치 일반 수정란처럼 분열이 이뤄지는 처녀생식이 발생했다고 추정한 것.
한편 이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비록 환자 맞춤형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난치병 치료에 유용한 연구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 환자의 난자를 추출해 처녀생식을 일으킨 후 줄기세포를 얻는다면 그 줄기세포는 환자에게 이식할 때 면역거부반응이 없을 것이기 때문.
이런 목적으로 2004년 논문의 공동저자인 호세 시벨리 미국 미시간주립대 동물생리학과 교수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처녀생식 유래의 줄기세포를 처음 만들어 2002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처녀생식을 통해 인간의 줄기세포를 만든 사례는 없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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