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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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남 윤정순 씨 부부가 건강하고 소중한 아이가 있어 더 바랄 게 없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동영  기자
이일남 윤정순 씨 부부가 건강하고 소중한 아이가 있어 더 바랄 게 없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동영 기자
둘 다 복합장애를 앓고 있는 이일남(45), 윤정순(42) 씨 부부는 지난해에도 행복했고, 올해는 더욱 행복할 것이라며 웃음을 한시도 놓지 않는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딸(9)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어눌한 말투로 말한다. “아이가 보통의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하고, 그게 좋아요.”

남편 이 씨는 생후 열흘 만에 거리에서 발견돼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으로 보내졌다. 정신지체와 안면기형을 안고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인 윤 씨도 뇌성마비와 왼쪽 팔다리에 장애를 안고 태어난 채 역시 거리에 버려졌다.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제2의 가족’들과 생활한 지 30여 년이 되어서야 둘은 부부가 됐다.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부터 걱정이었지만, 둘은 건강한 딸을 낳았고 지금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키도 엄마와 비슷할 정도가 됐다.

10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이지만 결코 부부는 불편하지도, 아쉽지도 않다. 건강한 딸과 아프지 않은 아내와 남편이 있기에 이들은 늘 행복하다.

윤씨는 “셋이서 수레를 끌며 장(대형 할인마트)을 보러 나갈 때가 좋고, 또 제가 만든 음식을 식구들끼리 맛있게 먹을 때 너무 좋다”며 맑게 웃었다.

남편 이 씨는 체격도 좋고 힘이 좋아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축구와 멀리뛰기 등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부인 윤 씨도 남편 못지않아 뇌성마비 보치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운동신경이 남다른 부부이기도 하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스포츠로 일종의 공던지기 경기다.

윤 씨는 홀트 내 자활작업장에서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점원으로 일하면서 홀트 합창단인 ‘영혼의 소리로’ 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윤 씨는 “올해는 가족 모두 건강한 게 최고의 소망이고, 그 다음으로는 노트북 하나 장만해서 내 홈페이지도 만들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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