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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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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과 함께 식장에 들어선 허 청장은 퇴임사에서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조직을 뒤로 하고 땀과 눈물이 밴 제복을 벗어야 하는 이 시간 지난날의 영광과 좌절, 보람과 회한이 가슴을 에워싼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국가정책 추진으로 인해 표출된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 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한다”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허 청장은 또 “이제는 기필코 폭력 시위의 구습을 털어내야 한다”며 “돌멩이와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시위대와 경찰의 피 흘리는 모습이 하루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평화 시위 정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허 청장은 퇴임사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으며 퇴임사를 읽는 동안 서너 차례 눈물을 흘렸다.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차장 등 행사에 참석한 경찰관 500여 명은 퇴임사 중간에 14차례나 박수를 보내며 허 청장의 퇴임을 아쉬워했다.
일부 경찰관은 “경찰이 사실상 죽은 날이다”며 가슴에 검은색 ‘근조(謹弔)’ 리본을 달기도 했다.
허 청장의 퇴임사가 끝나자 경찰과 일부 시민이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15만 경찰의 힘으로 반드시 수사구조개혁을 이루겠습니다’, ‘허준영! 우리는 결코 당신을 보내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 2개를 내걸며 “청장님, 사랑합니다”고 수차례 외쳤다.
허 청장과 동반 사퇴한 이기묵(李基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퇴임식도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사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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