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채점 교수들이 말하는 논술 고득점 전략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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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논술에서는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대학 교수들의 조언을 통해 논술 고득점 전략을 알아본다.》

▼문장은 정확하게 표현은 간결하게▼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는 정한 분량을 반드시 맞춰 하고 논제가 요구하는 대로 글을 구성해야 한다. 잘된 글이 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구색도 충족시켜야 한다. 문장이 정확해야 하며 되도록이면 절제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좋은 논술 답안을 쓰려면 우선 출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을 논제에 비추어 정독하고 그 내용을 분석해 출제 의도에 접근할 수 있다. 채점을 하다 보면 제시문의 출전이 된 책을 예전에 우연히 읽은 듯한 학생의 답안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답안은 대체로 이전의 독서에서 얻은 인상에 집착해 출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선입견에 의존하다 보면 논제에서 벗어난 엉뚱한 글을 쓰기 쉽다. 학생은 논제가 지시하는 바에 따라 그 재료를 가공해야 한다.

상투적인 내용과 판에 박은 듯한 논리로 이뤄진 유사 답안도 가끔 마주친다. 아마 학생들이 학원에서 비슷한 훈련을 받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런 답안들은 공리적이거나 교훈적인 주장을 결론으로 내세우며 글을 마무리한다. 논술 답안이 굳이 교훈을 담을 필요는 없다. 논술 시험은 개인의 도덕관을 검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 논리로 구체화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상투적인 답안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은 논거로 드는 예화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예화는 자신의 경험에서 취하는 것이 좋다. 그런 경험을 많이 쌓으려면 평소에 사람과 사물을 비롯한 세상의 온갖 현상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지니고 생활해야 한다.

현학적이거나 과도하게 추상적인 내용을 쓴 답안도 적지 않다. 고교생 수준으로는 벅찬 내용을 무리하게 다루다 보면 어지러운 글이 되거나 미완의 상태로 글을 끝내게 된다.

답안의 분량이 제한돼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 내용의 규모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시문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제시문의 줄거리를 단순히 요약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제시문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논제의 지시에 따라 논리화한 후 자신의 생각을 적도록 해야 한다.

김진원 고려대 노어노문과 교수


▼지나친 현학적 표현 창의성 훼손▼

수험생들의 논술을 채점하다 보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도움말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제시문 읽기에 충실해야 한다. 논술의 절반은 제시문 읽기, 즉 ‘독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점하다 보면 제시문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부른 지식을 근거로 논술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시문에 대한 몰이해는 큰 감점 요인이다. 적어도 핵심이 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고려해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둘째, 글 전체의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거창한 문제를 제기해 놓고 흐지부지한 결론으로 끝이 나는 ‘용두사미형’이나, 지엽적인 것에 매달려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해 소홀히 하는 글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 글의 전체 윤곽을 잡아 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셋째, 핵심 용어를 정의해야 한다. 글에서 핵심이 되는 용어나 개념은 그 의미를 명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모호한 용어의 사용은 수험생이 저지르기 쉬운 대표적인 오류로, 제시된 견해의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넷째, 지나치게 현학적인 표현이나 지나치게 구어적인 표현을 피해야 한다. 고교생의 지적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표현이나 어휘의 사용은 외워 쓴 글로 의심받거나 글의 창의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또 일상적으로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글은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잘못하면 문법에 어긋나거나 글의 품위와 진지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

다섯째, 창의성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어떤 수험생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책임지지도 못할 대담한 결론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억지로 의도된 독창성은 자칫 ‘이유 없는 반항’으로 여겨질 수 있다. 독창적이지 않더라도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짜임새 있게 모색해 이를 차분히 서술해가는 겸허한 자세가 더 필요하다.

끝으로, 실제적인 시험 상황을 가정해 글을 쓰고 선생님이나 친구의 평가의견을 받아 수정해 다시 써보는 과정을 반복하기를 권한다. 이것이 자신의 글의 약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원만희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신문사설 활용 핵심정리 연습을▼

논술시험은 대체로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대립되는 주제에 관한 시사성 있는 지문을 제시해 수험생이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다. 수험생이 어느 입장을 선택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입장을 도출하는 과정을 얼마나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논술하였는가를 측정한다.

두 번째는 유사한 내용의 지문을 제시해 수험생이 각 지문의 공통된 주제를 파악하고 그 주제가 지니는 현대적 의미 등에 대해서 논술하는 것이다.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는 이해력을 판단하고 자기주장을 얼마나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논술했는가를 측정한다. 교과서적인 고정적 사고보다는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경희대의 논술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대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보는 것이다. 각 일간지 신문의 사설은 이슈가 되는 문제를 제한된 지면에서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자료가 된다.

둘째, 답안지에 자신의 견해를 서술할 때에는 문제의 지시에 정확히 따라야 한다. 주어진 각 지시문의 내용을 요약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라는 요구도 있고, 요약 없이 바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과 관계없이 미리 준비하고 암기한 내용을 적으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셋째, 시험문제를 받으면 우선 예문의 주제와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후 서술방향에 대한 틀을 짜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틀에 따라 구체적으로 서술을 해 나가야 한다. 넷째, 논술의 분량은 원고지 1101자에서 1200자까지다. 분량 미달이나 초과 시에는 감점이 된다. 특히, 글자가 틀렸다고 해서 수정액을 사용하거나, 예를 들어 ‘감사합니다’처럼 논제와 관계없는 내용을 적었을 경우에는 부정행위로 간주돼 시험이 무효 처리되니 유의해야 한다.

정지호 경희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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