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기부 몰아줄게 법안 통과 밀어주오”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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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이익단체나 기업 등이 구성원들을 동원해 특정 국회의원에게 조직적으로 소액 후원금을 몰아주는 편법 정치자금 기부가 성행하고 있다.

국민의 정치 참여와 돈 안 드는 정치 실현을 명분으로 도입된 소액 후원금 세액공제 제도가 이익단체 등의 입법, 입법저지 로비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단 소액 후원 사례=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의 A 의원 측은 최근 소액 후원금 기부자들에게서 연말정산용 후원금 영수증 발급 요청을 받은 뒤 본인 확인 작업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보험설계사 50여 명이 집단으로 후원금 계좌에 1인당 10만 원씩 입금한 것.

A 의원 측은 이들의 집단 후원금이 올해 초 재경위에서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은행의 보험 상품 판매 허용 시기를 최장 3년 연기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 의원 측 관계자는 “당시 관련 협회 등에서 보험사를 통해 보험설계사들에게 ‘정치 후원금 10만 원까지는 전액 환급받을 수 있으니 각자 성의 표시를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이름, 후원회, 계좌번호 등을 올려놓고 소액 후원을 독려하고 있다. 후원금 납입 증명서 양식까지 함께 올려놓았다.

복지위 김선미(金善美·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법’ 제정안을 관철하기 위한 운동의 일환이다. 이 법안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부분을 별도로 떼어낸 것으로 협회의 숙원 사업이었다.

복지위 B 의원 측은 “간호사들이 10만 원씩 후원금을 낸 뒤 협회에 납입증명서를 보내면 협회가 이를 모아 의원실로 찾아와 일괄적으로 영수증을 받아 간다”고 전했다.

이런 방법으로 후원금을 낸 간호사들이 지난해 12월에만 2600여 명에 달했고 액수로는 1억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에게는 해당 지역구 농협 조합장의 지시로 직원 20∼30명이 1인당 10만 원씩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가성 논란=특정 사안과 이해관계가 있는 이익단체 등의 소액 후원금 몰아주기가 불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대가성이 농후한 편법 기부라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지적이다.

소액 후원금은 10만 원을 낼 경우 연말정산 때 주민세 환급분까지 합쳐 11만 원을 돌려받는다. 결과적으로 개인 돈이 아닌 국민 세금이 특정 이익집단 등의 로비에 사용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은 이런 소액 후원금을 아예 받지 않거나 돌려주고 있지만 대부분은 “큰돈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는 반응이다.

한 정치학 전공 교수는 “10만 원의 후원금을 내면 11만 원을 돌려주도록 한 제도는 문제가 있다”며 “정치 후원금에 대한 세금공제 비율을 낮추고 집단적 기부를 제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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