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교육시장 개방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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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제주 국제자유도시나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학교를 설립하고 국내 학생에게도 문호를 일부 개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교육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외국학교를 국내에 유치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교육시장 개방은 교육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서대찬 인천외국어고 2학년

지금 한국 교육은 개방화라는 물결 속에 놓여있다. 이 물결 속에서 한국은 정확한 목적지 없이 표류하고 있다. ①이제 더 나은 미래로 향하기 위한 한국의 목적지는 분명하다. 교육 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우선 교육 개방을 통해서 국내 교육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고여 있는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교육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다. ②이런 현실은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폐해를 양산했다. 이런 현실에서 ③교육 개방을 통해 적극성과 유연성을 갖춰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면 현재의 교육 문제도 수월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외 유학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연간 유학 비용 10조원”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현실이다. 국내에서 질 좋은 교육을 공급할 수 있다면 학생들은 ④유학을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홍보해서 우수 학생 유치에 힘쓴다면 비단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연구, 학술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하지만 개방을 하되 무분별한 개방은 경계해야 한다. ⑤한국은 지난 30년간의 일관된 평준화 정책의 실책으로 하향 평준화를 일으키며 교육기반이 취약해져 있다. 이러한 한국의 특성을 반영해서 교육 개방은 경제 특구 지역을 위주로 점진적으로 개방해 나가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⑥한국은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한국이 교육 개방의 흐름에 발맞추어 나가려 ⑦정부와 국민 모두 노력한다면 교육 강국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첨삭지도

① ‘이제’는 내용을 정리하고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므로 요약적이고 명시적이어야 한다. ①문장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의 목적지’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② 글의 흐름을 고려한다면 현재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폐해’가 아니라 ‘공교육의 경쟁력 저하’를 지적하는 것이 옳다.

③ 교육 개방이 반드시 선의의 경쟁 기반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로 현재 우리는 취약한 교육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교육이 개방된다면 국내 교육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의 개방을 통해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정도로 고치는 것이 좋다.

④ ‘유학(留學)을 나간다’는 표현은 어색하다. ‘유학을 가지’ 로 고쳐야 한다.

⑤ 교육기반이 취약해진 것이 평준화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교육 정책의 실패와 사교육 시장의 팽창 등으로 인해 공교육 기반이 취약하다” 정도가 좋다.

⑥ 문맥 흐름이 어색하다. 앞 문장과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교육 개방을 위기로만 보지 말고, 이를 우리 교육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정도의 내용이 어울린다.

⑦ 정부와 국민뿐만 아니라 좀더 범위를 좁혀 ‘교육계’를 언급하는 것이 좋다. 또한 교육 개방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 교육 강국이 되지는 않는다. 이 점을 보완해야 한다.

■ 총평 - 배경지식 부족→잘못된 근거제시→신뢰도 하락

다른 글에 비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비교적 잘 지켜진 글이어서 읽기에 편했다. 정서법에 어긋난 글은 읽을 때 걸림돌이 되어 호흡을 방해하고 논리의 흐름의 자주 막아 거북하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은 칭찬할 만하다. 더불어 글의 구성이나 흐름도 깔끔한 편이다.

일반적인 구성이라면 1문단의 내용은 서론보다는 결론에 어울린다. 앞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주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괄식 구성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채점자에게 선명한 인상을 주는 방식은 두괄식이다. 이 글은 두괄식의 양상을 어느 정도 보여 주고 있다. 서론에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한 후 그 근거를 본론에서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 때에는 주장을 제시한 후, 그 뒤의 내용을 유도해야 한다. 1문단의 마지막에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도의 문장을 삽입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면 논지가 자연스럽게 전개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논제와 관련한 학생의 배경 지식이 좀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배경 지식이 부족할 경우 자칫 잘못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고, 잘못된 내용은 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평소에 교양과 시사에 관심을 갖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 끝으로 성남고 임승엽 학생의 경우 내용은 좋았으나 과도한 분량 초과로 지면에 실을 수 없는 경우였다. 또한 임 군의 답안에 있는 ‘걸맞는’은 ‘걸맞은’으로 고쳐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 중앙교육 평가이사

■ 생각 넓히기

① 국가 경쟁력과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자는 교육 개방을 찬성하고 평준화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 평등주의자들은 반대하고 있다. (윤리, 정치)

② 교육제도를 기능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면 교육 개방을 찬성할 것이지만 갈등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면 반대할 것이다. (사회문화, 정치)

③ 제주 국제자유도시와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학교가 설립되면 희소성 때문에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로 공부하는 학교를 세우는 것이 교육을 다양화하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경제, 사회문화)

④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교육 시장도 서비스업에 포함돼 개방이 불가피하다. 교육 개방을 통해 우리의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다른 나라에 교육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 정치)

⑤ 현재 한국은 해외유학 등으로 국제수지 요소 중 교육 서비스 수지의 적자 상태가 심각하다. 외국학교의 설립으로 해외 유학 수요를 국내로 돌린다면 교육서비스 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경제, 정치)

⑥ 외국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학비가 비쌀 것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귀족학교’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국학교의 설립허가 과정에서 한국인 학생 비율과 한국인 학생에 대한 장학제도를 통해 논란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문화, 정치)

최 강 최강학원 원장

■ 고교생 다음(11월 29일) 주제

최근 한국 김치가 국제적 음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국산 김치와 일본의 ‘기무치’도 국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현지 입맛에 맞게 개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고유 음식문화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치의 세계화와 전통 문화 계승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11월 25일까지, 초등학생은 12월 2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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