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17>오체불만족

  • 입력 2005년 11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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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 그가 엄마로부터 들은 세상의 첫 환영사. 네 살부터 성모 유치원을 다니며 골목대장 노릇을 했다.

야구, 축구, 피구 등을 좋아했던 초등학교 시절, 4학년 때 어른들도 오르기 힘든 가파른 고보 산 정상으로 소풍을 가고, 6학년 때 25m 남자 자유형 수영대회에 참가했다.

중학교 시절. 농구부에서 8번을 달고 경기에 뛰고, 전교생 선거에서 문화실행위원장에 당선되어 학교 임원 활동을 했다.

입학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일류 도야마 고등학교. 미식축구부에 가입하여 클럽활동을 하고, 고3 때 학급 영화 제작의 조감독을 맡아서 활동했다.

‘야구 선수-프로 장기 선수-미국 대통령-변호사’를 꿈꾸던 아이가 재수하여 어려운 경쟁을 뚫고 명문 와세다(早稻田)대 정경학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의 유명한 스포츠 잡지인 ‘넘버’에 고정 기고하는 스포츠 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왔고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선천성 사지절단,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다. 그래서 이 책과 필자는 벌써 유명하다. 그리고 그 유명세는 정당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할까?

우선 저자 자신의 생각과 노력이다. 장애를 ‘개성’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몸을 두고 ‘나의 초개성적 모습’이라고 부른다. “신발을 신는 대신 휠체어를 탄다. 신발과 휠체어의 차이뿐”이라고도 말한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진다. 필자의 노력 또한 대단하다. 보통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교육위원들 앞에서 보인 시범―뭉툭한 팔과 뺨 사이에 연필을 끼고 글씨를 써 보이고, 접시의 가장자리에 스푼과 포크를 놓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음식을 입에 넣고 먹으며, 가위의 한쪽은 입에 물고 또 다른 한쪽은 팔로 눌러 가면서 얼굴을 움직여 종이도 잘라 보이고, 짧은 다리 때문에 L 자처럼 되어 있는 몸을 움직이며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시범, 초등학교 시절, 철봉, 줄넘기를 위해 쏟아 부은 노력, 수영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깔판 위에서의 맹연습…. 중학교 농구부에 들어가 경기에 나가기 위해 뭉툭한 팔로 한 드리블 연습.

또 필자의 부모, 특히 그 어머니가 대단하다. 사지가 없는 아이를 보고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말씀하신 분. 중증 장애인 아이를 ‘놀라움’과 ‘한탄’이 아닌 ‘기쁨’으로 맞이했다. 어디를 가든 데리고 다니며 아들의 존재를 이웃에게 스스럼없이 알려 주었다. 초등학교 복도에서 대기하면서 눈앞에서 아이가 놀림감이 되고 있는데도 ‘본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태연해 했다.

‘강한 아이로 키우자. 장애를 방패로 도망치는 아이는 절대로 만들지 말자’라는 부모의 교육 방침이 오늘의 오토다케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역시 중요했다.

이 책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소년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도 있지만, 사람의 소중함―그가 어떤 형편에 있는 사람이든―을 깨닫게 하는 것이 더 뜻 깊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반드시 있다’는 깨달음은 정말 소중하다.

이춘근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 좋은교사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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