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퇴근후 저녁먹고 놀아주는 직장인 일일교사들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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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연세대 가양4종합사회복지관에서 N.I테크 직원이 ‘한울타리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일일교사가 되어 숙제를 봐 주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복지재단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연세대 가양4종합사회복지관에서 N.I테크 직원이 ‘한울타리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일일교사가 되어 숙제를 봐 주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복지재단
“66만 원이면 결식아동 10명이 한 달 동안 저녁을 먹을 수 있대요. 저희뿐 아니라 결식아동을 후원하는 기업이 많아져 밥 굶는 아이가 적어졌으면 좋겠어요.”

27일 오후 5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 연세대 가양4종합사회복지관에 특별한 손님 5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문배철강과 N.I테크 직원으로 두 회사는 6월부터 결식아동 저녁식사 후원금으로 각각 복지관에 매달 66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동아일보사와 서울복지재단이 추진하는 ‘행복나눔 네트워크 캠페인’의 일환.

이들이 지원하는 아이들은 복지관 내 ‘한울타리 학교’에 다니는 10명의 결식아동. 한울타리 학교는 저녁시간대에 보육서비스가 필요한 저소득층 초등학생 1∼3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역 내 주민들이 숙제지도 등을 해 주는 ‘나이트 케어(night care)’ 프로그램이다.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정신지체, 알코올의존증 등을 가진 한 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아이가 대부분이다. 나이트 케어 프로그램이 없다면 저녁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늦은 밤까지 거리를 헤맬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아이들은 방과 후에는 집에 가는 대신 복지관으로 와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8시 반까지 보육 교사의 보호 아래 시간을 보낸다.

이날 두 회사의 직원들은 아이들의 ‘일일 교사’로 복지관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 깜짝 파티를 위한 다과, 영어수업 준비도 며칠 전부터 했다.

“자, 아저씨 따라해 봐. ‘헬로.’ 우리나라 말로 ‘안녕하세요’란 뜻이야.”

직원 한 명은 미리 준비해 온 영어동요 테이프를 틀더니 율동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서먹서먹해 하던 아이들도 율동을 따라하면서 직원들과 점차 가까워졌다. 40분간의 영어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직원들과 팔씨름, 공기놀이 등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문배철강 이병주(李秉柱·28) 씨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찾아왔는데 오히려 아이들 덕분에 정말 즐거웠다”며 “후원금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지속적으로 찾아와 아이들의 ‘일일교사’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8시 반이 되자 이들은 각자 아이들 손을 잡고 집까지 바래다줬다.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장호주(張鎬珠·25) 사회복지사는 “끼니당 3000원씩 22일치에 해당하는 금액이 6만6000원”이라며 “식사 지원이나 나이트 케어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많은데 예산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후원이 보태진다면 지역사회의 결식아동들을 돕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식아동을 위한 식사비 지원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서울복지재단(02-738-3181)으로 문의하면 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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