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30代“장사안돼” 퇴근길 지하철 방화시도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코멘트
“불을 붙이려 한 사람보다 이를 보고도 외면한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납니다.”

24일 오후 7시 50분경 퇴근을 위해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열차에 오른 회사원 김모(36·여) 씨는 사당역에서 탄 한 남자가 라이터를 꺼내 신문에 불을 붙이는 것을 보았다.

그저 장난으로 생각하고 힐끗힐끗 쳐다보던 승객들은 갑자기 신문에 불이 붙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이내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껐다. 승객들은 한두 명씩 옆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씨도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동차 벽에 있는 고객센터 안내전화로 신고했다. 김 씨의 신고와 서울지하철공사 직원들의 신속한 대응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지도 모를 지하철 방화를 막았다.

신고를 받은 고객센터는 지하철공사 종합상황실로 통보했고 이 상황은 동작역으로 전달됐다. 이날 오후 7시 56분경 승강장에서 대기하던 동작역 직원 2명과 공익근무요원 2명은 정차한 객차에 신속히 뛰어들어 임모(33) 씨를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전동차 운행이 1분 30초 정도 중단됐다.

서울 노량진경찰서는 임 씨에 대해 방화미수 혐의로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임 씨는 경찰조사에서 “요즘 장사가 안 돼 방세도 못 내고 휴대전화도 끊기는 등 하는 일이 잘 안 풀려 열차에 불을 지르려 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당시 만취 상태였다.

김 씨는 “당시 건장한 남자들이 임 씨를 말렸다면 굳이 신고하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임 씨가 어려운 처지에서 홧김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말을 들으니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