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씨 비자금조사 어떻게…감사원-검찰 “北 신경쓰여…”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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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22일 중국 칭다오에서 귀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22일 중국 칭다오에서 귀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북사업 추진과정에서의 개인비리가 적발돼 현대그룹에서 퇴출된 김윤규(金潤圭)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22일 중국에서 귀국하면서 그의 처리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현대그룹 내부감사를 통해 비리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감사원 특별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 및 공금유용의 전모와 비자금 사용처 등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과 검찰은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비리의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경협 관련 단체인 남북포럼은 23일 성명을 내고 “김 전 부회장은 3개월 동안이나 남북경협을 흔든 데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비리 내용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김 전 부회장이 귀국한 만큼 남북협력기금 유용 및 북한에 뒷돈을 대 준 의혹 등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면서 “당에서 감사원 감사 외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청문회 추진,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 유용 가능성을 감사하려면 금강산 현지 조사를 해야 하지만 공사 시행자인 조달청조차 접근을 못하는 곳이어서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게다가 현대에 대해 특별감사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남북경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사태 추이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도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이 있어 현대그룹이 고발하지 않는 한 인지수사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을 퇴출시킨 현대그룹 역시 그의 행태에는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검찰 고발 등 추가조치에는 소극적이다.

‘김윤규 비리’에 대한 정부당국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자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조중근(趙重根) 사무처장은 “정부는 남북관계를 의식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대충 넘어갔으면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민간기업 내부인사까지 참견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명백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윤규씨 일문일답▼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은 22일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현대그룹이 내부 감사에서 밝힌 개인비리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핵심 내용은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제주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던 현정은(玄貞恩) 현대 회장은 그의 귀국을 TV로 지켜보면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왜 중국에 머물렀는가.

“중국 칭다오(靑島)의 한의원에서 안면 근육마비 치료를 받았다. 중국에서 북한과 접촉했다는 말도 있는데 그런 일은 없다.”

―현대그룹에서 퇴출된 느낌은….

“현대를 떠난 상황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떠났지만 역할이 주어진다면 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북한이 현대와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북한의 담화문을 보지 못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을 뿐이다. 북측이 ‘잘해 보자’는 뜻에서 발표한 것 아니겠느냐.”

―현대 외에 다른 회사가 대북사업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내가 개성관광에 사인했다. 현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대북사업을 하면 안 된다.”

―감사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부적으로 처리돼야 할 문제나 왜곡된 내용이 밖으로 나와서 당혹스럽다. 오너가 아니면서 오너처럼 행동한 것이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

―비자금 문제는….

“말할 수 없다. 경영자로서 회사를 위해 쓴 것들이 그렇게 나온 것 같다. 다만 남북경협기금 유용은 있을 수 없다.”

―현정은 회장이나 북측과 만날 생각이 있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인천공항=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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