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구하기’ 與圈 팔걷었나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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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姜禎求·사회학) 동국대 교수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웠으나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

특히 검찰은 강 교수 사법 처리에 대해 경찰과 함께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천 장관과 검찰 사이에 갈등과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천 장관의 측근은 10일 “천 장관은 강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것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등 두 가지 사안 모두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지 않더라도 그 적용을 최소화해야 하며, 특히 국보법 7조(찬양·고무)의 적용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천 장관은 강 교수가 대학 교수의 신분으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구속할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측근은 “천 장관은 경찰이 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검찰이 수사 지휘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결론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천 장관의 이런 견해는 강 교수 문제에 대한 여권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고위 관계자는 “강 교수의 발언은 이적성이 명백한 만큼 구속 수사가 타당하다는 내부 의견이 많다”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신속하게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교수를 수사 중인 경찰도 “강 교수가 국보법 7조1항(찬양·고무)과 5항(이적표현물 제작 및 배포) 위반 소지가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7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늦어도 11일경에는 지휘가 내려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학문의 자유와 다양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이를 심오하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면서 “경찰은 실정법 수준에서 위법성 여부만을 판단했다”고 말했다.

11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강 교수 사법 처리에 대한 천 장관의 입장을 물을 예정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강 교수의 처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문 의장은 “(강 교수의 주장은) 내 기본 상식이나 가치관과 전혀 다르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사상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 북한과 다른 우리의 강점인데 생각이 다르다고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는 데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장인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원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강 교수에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있는 만큼 사법처리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강 교수의 발언에 이적성이 있다고 보고 곧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려는 시점에 여권 수뇌부가 이처럼 반대 견해를 밝힘에 따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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