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공무원이 기획사 지급보증…사고 ‘뒷거래’ 의혹 증폭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코멘트
행사기획사 압수수색경북 상주경찰서 수사관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국제문화진흥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 서류와 컴퓨터 본체를 옮기고 있다. 이 협회는 상주 자전거축제의 일부인 MBC 가요콘서트의 주최사이다. 연합뉴스
행사기획사 압수수색
경북 상주경찰서 수사관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국제문화진흥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 서류와 컴퓨터 본체를 옮기고 있다. 이 협회는 상주 자전거축제의 일부인 MBC 가요콘서트의 주최사이다. 연합뉴스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 압사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상주시와 공연대행 업체인 사단법인 국제문화진흥협회의 ‘뒷거래’ 의혹을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상주시는 협회를 위해 돈을 꿔주는가 하면 상주시 공무원이 지급 보증을 서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상주시는 협회의 ‘봉’=협회는 상주시로부터 1억 원을 받기로 하고 MBC 가요콘서트 등 5개 공연 대행 업무를 맡은 뒤 가요콘서트 제작비로만 MBC에 1억30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상주시는 전국자전거축제 시작 전에 4000만 원, 축제가 끝난 뒤에 6000만 원을 주기로 협회 측과 약정을 맺었다. 협회는 MBC에 4000만 원을 먼저 지급했으나 MBC는 제작비 전액을 미리 줄 것을 요구했다.

협회가 지불 능력이 없자 상주시는 시금고인 농협출장소 소장에게 사채 6000만 원, 축제추진위원회의 공금 3000만 원을 빌려 MBC에 대납했다.

상주시는 협회에 축제가 끝난 뒤 지불할 6000만 원에 대해 포기각서를 받았으나 3000만 원에 대해선 변제이행 각서를 받지 않았다.

협회가 지불해야 할 경비용역 비용도 상주시의 한 간부가 협회를 대신해 경비용역업체 ㈜강한경호에 지불각서를 써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상주시 관계자는 “축제를 중간에 포기할 수 없어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한편 상주시는 MBC와 ‘축제 추진위 또는 MBC가 상대방에 손해를 끼친 경우 이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MBC 측의 이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여부가 주목된다.

▽‘뒷거래’ 수사=상주경찰서는 상주시와 협회 측의 거래가 상식 밖인 점에 주목해 이면계약 여부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5일 “상주시에 행사 관련 서류 일체를 제출토록 요청했다”며 “상주시와 협회의 계약 과정과 그 내용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협회와 협회 황모(41) 부회장이 설립한 이벤트 업체 ‘유닉스커뮤니케이션’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강한경호의 현장 책임자 이모(38) 씨와 황 부회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관람객이 더 몰리기 전에 출입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묵살한 MBC 관계자들을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한편 경찰은 사고 직후 협회 관계자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현장을 떠나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옴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확인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희생자 첫 장례식=5일 이 사고 희생자의 첫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날 오전 7시 반 상주성모병원에서 채종순(72·여) 씨의 장례식에서 큰아들 김용팔(54) 씨가 술잔을 올린 뒤 눈물을 훔치자 곳곳에서 유족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큰딸 김정숙(46) 씨는 채 씨의 관을 부여잡고 “우리 6남매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시느냐”며 오열했다.

채 씨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남편 김경오(75) 씨는 장례식 내내 먼 하늘만 바라봤다.

성모병원에선 채 씨를 시작으로 이순임(66·여) 김인심(67·여) 씨의 장례식이 30분 간격으로 열렸다.

이날 유족들은 상주시청에 유족대책위원회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장례가 모두 끝나는 7일 이후 상주시와 본격적인 보상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상주=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기획사 대표 왜 무리수 뒀나

엄청난 손실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국제문화진흥협회가 경북 상주시의 행사 대행을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협회의 한 관계자는 5일 “5개 공연을 유치하고 행사 전반을 홍보하는 데 약 7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면서 “상주시에서 1억 원만 받고 이 행사를 추진한 것은 협회 김모(65) 대표의 사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 대표는 내년 5월 상주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했다”며 “이 행사를 총괄했던 협회 황모 부회장에게서 ‘김 대표가 내년에 선거에 나가려면 행사를 꼭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상주시민에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 행사를 활용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김근수(金瑾洙·71) 상주시장의 매제인 김 대표는 재경(在京) 상주대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은 3선으로 내년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

상주=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