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업그레이드]귀국후 자녀 실력 늘리려면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코멘트
서울 양천구 목동의 폴리스쿨 ‘영재반’에서 원어민 강사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의 폴리스쿨 ‘영재반’에서 원어민 강사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미국에서 돌아올 때 우리 애 영어가 거의 본토박이 수준이었는데 두 달 만에 영어 책도 제대로 못 읽어요.”

“아이의 영어 발음이 완전히 한국식으로 바뀌었어요. 미국식 발음을 하면 주위에서 웃는다면서 일부러 ‘콩글리시 발음’을 따라 해요.”

요즘 조기 영어연수를 다녀왔거나 부모의 해외 근무나 연수 때문에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늘고 있다.

부모들은 쉽지 않은 외국 경험을 통해 익힌 영어 실력을 귀국 후에도 유지시켜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영어를 많이 쓰지 않는 국내 환경 때문에 갈수록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 학원에선: 강의와 숙제 1·1 시스템으로

1990년대 말부터 서울 강남 지역과 경기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영어권 국가에서 귀국한 어린이들을 겨냥한 학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 학원은 대체로 △귀국 자녀 영어교육 전문 △귀국 자녀반 특별 편성 △귀국 자녀반이 아닌 심화 영어수업을 하는 학원으로 구분된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형태보다는 누가 어떻게 가르치는가를 꼼꼼히 따진 다음 학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대체로 외국인 강사를 선호하는데 강사의 자격증, 학원의 선발 및 재교육 방법 , 강사가 오래 근무했는지 ‘뜨내기’ 강사인지를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숙제도 비교 포인트의 하나. 어떤 학원은 하루에 단어 100개 외우기 등을 통해 아이들을 달달 볶기도 하지만 ‘숙제를 위한 숙제’보다 강의 내용과 연관된 숙제를 내는 학원이 바람직하다. 1시간 강의를 받았다면 숙제 시간이 1시간 정도면 적당하다고 한다.

귀국 자녀 전문 영어학원인 ‘폴리스쿨’의 임홍일 대표 원장은 “귀국 뒤 다른 과목 공부에 치중하다 영어 실력이 떨어지면 학원을 찾는다”며 “영어 공부는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집에서는: 암기식보다 놀이처럼 즐기게

우선 자녀의 말하기와 듣기 능력에 대한 과신부터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아이가 외국 학교에서 교사의 말을 이해하고 강의를 따라한 것을 믿고 원어민 학생 수준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어학원 문기은 부장은 “말하기와 듣기 능력은 작문과 독해 능력이 없으면 모래성에 불과하다”면서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인 자녀가 영어권 국가에서 1년 이상 지냈다면 작문과 읽기 공부를 통해 언어를 종합적으로 체득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작문하면 영어 일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영어 일기는 사실 나열에 그치기 때문에 작문 능력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특정 주제로 써보게 하는 것이 더 좋다.

자녀와 함께 서점에서 수준에 맞는 소설이나 논픽션을 골라 읽히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읽히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책 읽는 진도를 너무 자주 확인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편하게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정도로 끝내자.

TV나 영어 비디오 등을 통해 영어에 노출되는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은 필수다. 최소 주 3회는 영어와 ‘놀아야’ 한다. 자녀가 2명 이상이고 연령이 비슷하면 서로 영어로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에 있는 친구나 교사, 가정교사(튜터) 등과 e메일이나 전화로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외국에 살 때처럼 외국인 튜터에게 1 대 1로 영어를 배우기도 하지만 강사료가 1회에 3만∼20만 원이나 되고 괜찮은 강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청담어학원의 문 부장은 “일부 학부모는 미국에서 잔뜩 구입해온 영어 교과서 또는 참고서, 단어집을 공부하라고 강요한다”며 “암기식 공부보다 영어에 대해 계속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영국서 돌아온 후 이렇게… 서울 대원외고 이유미양▼

“영국에서 돌아올 때 어린이 소설 100여 권과 영어 테이프 50여 개를 사왔어요.”

서울 대원외국어고 중국어과 1학년 이유미(16·사진) 양은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에서 초등학교 1, 2학년 시절을 보냈다.

이 양은 “알파벳만 외우고 갔지만 6개월 후에는 일상 회화는 금방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영국에서 배운 영어는 초등학생 어휘뿐이었고 한국에 오면 그나마 잊어버릴까봐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익힌 영어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머니는 한국에 돌아오기 전 이 양과 함께 서점에 가서 영어소설 100여 권과 영어 동화테이프 수십 개를 골랐다.

이 양은 “소설은 어린이 탐정물 등 재미있는 시리즈였는데 한국에 와서 매일 읽었다”며 “영어 테이프는 자기 전 30분씩 들었는데 나중에는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였다”며 웃었다.

이런 습관 때문에 지금도 자기 전에 CNN 녹음 테이프를 듣는다.

이 양은 “문법이나 단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읽고 듣다보니 내용이 저절로 이해됐다”며 “한국에 오자마자 케이블 TV를 신청해 영국에서 봤던 ‘스타 TV’ 채널의 만화와 영화를 본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놀듯이 영어를 배운 이 양이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문법’ 때문에 잠시 영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양은 “6학년 말에 처음 다닌 학원에서 ‘수동태’라는 말을 몰라 당황했다”며 “중1 여름방학에 쉬운 문법책으로 어머니와 함께 공부하고 나서야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문법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다.

1학년 말에 전교 1등을 차지한 이 양은 ‘영어를 잘하는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 보고 싶어서’ 각종 영어 경시대회에 응시해 ‘국제영어대회(IET)’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이 양은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 중에는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외국어고에 진학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묘사가 너무 아름다워 1000페이지짜리 영문판으로 몇 번이나 읽었다”며 “앞으로도 영어를 즐기면서 꾸준히 실력을 쌓겠다”고 말했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