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코리아]제3부 배우며 삽시다<7>실버세대 마니아들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코멘트
“자, 내 힙합 동작을 따라해 보세요.”

2일 오후 서울 강동구 K스포츠센터 5층 에어로빅장. 올해 67세인 박인규 씨는 푸른색 벙거지를 쓰고 카키색 반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쿵따리 샤바라’에 맞춰 현란한 힙합 동작을 선보였다.

‘젊은 오빠’ ‘힙합 파파’로 불리는 그는 10여 분간 공연한 뒤에도 펌핑(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춤 동작)을 계속했다.

환갑을 넘겨 춤을 배운 박 씨는 “다들 처음엔 주책이라며 말렸다”면서 “하지만 ‘인생 졸업식’을 앉아서 기다릴 순 없었다”고 말했다.

에어로빅협회에서 4개월간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그는 2003년 일본 돗토리(鳥取) 현 에어로빅 대회에서 힙합 특별공연을 한 데 이어 70세가 되는 2008년엔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계획이다.

인터넷 온라인게임 ‘뮤’ 마니아들 사이에서 ‘흑싸리 실버 마검사’로 유명한 김탁현(59) 씨는 이 게임 340레벨(상위 15%)의 실력자. 그는 “손자가 다섯이나 있지만 게임 속에선 ‘마검사 흑싸리’일 뿐”이라며 “게임을 통해 인생도 새로워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3년 전 처음 게임을 접했다. 그는 퇴직한 뒤 손자들을 돌보다 어린이들의 대화 주제인 게임을 모르면 ‘왕따’가 되겠다 싶어 게임을 시작했다.

그는 “60대라는 나이는 뭔가를 끝내기에도 시작하기에도 아쉬운 나이지만 ‘배움’에는 그런 어정쩡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분야는 외국인과의 채팅(인터넷 대화). ‘디아블로 2’라는 인터넷 게임 등을 즐기며 젊은이, 외국인과 채팅하는 법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달 28일 제26회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입선한 김동진 씨는 다섯 달 전 서예에 입문한 신인. 하지만 올해 85세로 참가자 가운데 최연장자다.

강원 원주시 노인종합복지관 서예교실에서 하루 2시간, 1주일에 2번씩 수업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을 받은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연습이 좋은 결실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시간도 멈춰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란 말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배우는 것이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고 젊게 유지하는 비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