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감호소 “이중처벌” 24년 오욕 안고 퇴장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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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호법 폐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청송보호감호소가 3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2일 경북 청송군 청송보호감호소 앞에서 교도관들이 바꿔 달게 될 ‘청송제3교도소’ 현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청송=전영한  기자
사회보호법 폐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청송보호감호소가 3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2일 경북 청송군 청송보호감호소 앞에서 교도관들이 바꿔 달게 될 ‘청송제3교도소’ 현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청송=전영한 기자
《국내 유일의 보호감호시설인 청송보호감호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보호감호소는 ‘사회보호법’에 의해 같은 종류의 죄로 2회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합계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가 다시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벌 외에 추가로 감호처분을 집행하기 위해 만든 시설. 법무부는 3일 오후 3시 청송보호감호소의 현판을 내린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청송보호감호소의 설치 근거인 사회보호법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회보호법 폐지법이 4일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조치다.》

청송보호감호소는 ‘청송제3교도소’로 현판을 바꿔 달고 보호감호 기간이 끝나지 않은 보호감호 대상자 191명과 함께 새로 재범 이상 범죄자를 모아 수용하게 된다. 사회보호법 폐지법 부칙에 따라 이미 보호감호 판결이 확정된 자(191명)는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더라도 보호감호 기간을 채워야 한다.

▽청송보호감호소의 역사=청송보호감호소는 1980년 12월 18일 시행된 구(舊)사회보호법에 근거해 1981년 10월 2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서 문을 열었다. 24년 동안 청송보호감호소를 거쳐 간 사람은 1만3413명.

청송보호감호소는 개소 후 재소자가 계속 늘어 198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1807명까지 늘었으며, 1997년 이후에는 1000명 미만으로 줄었다.

법무부는 1997년 이후 재소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1989년 옛 사회보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옛 사회보호법에는 보호감호 기간이 10년과 7년이었지만 1989년 새 사회보호법이 만들어지면서 감호처분 기간이 7년으로 줄었다.

재소자 수가 계속 줄자 지난해 12월 31일 청송제1보호감호소가 청송직업훈련교도소로 바뀌었고, 청송제2보호감호소는 청송보호감호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인권 유린, 이중 처벌 등 논란 끊이지 않아=보호감호 제도의 도입 취지는 범죄자가 사회에 나가기 전 일정 기간 직업훈련을 받게 해 사회 적응력을 높인다는 것.

하지만 보호감호 처분이 1980년 신군부가 폭력배 소탕을 명분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한 삼청교육대를 법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또 감호 기간이 원래 선고받은 형기보다 긴 경우가 있는 등 지나치게 가혹해 이중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사회보호법 존폐 여부가 논란이 되자 청송보호감호소 재소자들은 사회보호법 폐지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1만3413명 거쳐가… 조세형 빼면 거물급 없어▼

청송보호감호소를 거쳐 간 ‘거물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사진) 씨가 일반인이 알 만한 ‘유명인’이며 대부분은 상습절도나 성폭행 등으로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청송보호감호소 관계자는 전했다.

징역 15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은 조 씨는 형기를 모두 채운 뒤 1997년 12월 11일 청송보호감호소로 이감돼 1998년 11월 26일 가출소했다.

탈주범 이낙성 씨는 청송보호감호소에 있을 때는 ‘무명’이었지만, 치질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서 탈주한 뒤 100일 넘게 잡히지 않으면서 유명해졌다.

조직폭력배 ‘서방파’ 두목 김태촌(金泰村) 씨나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曺洋銀) 씨는 세간에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청송보호감호소와는 인연이 없었다.

1987년 보호감호(7년) 처분을 받은 김 씨는 지난해 10월 16년 10개월의 형기를 마치면서 청송보호감호소에 갈 처지에 놓였지만 보호감호 처분에 대한 재심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보호감호 처분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 씨는 서울고법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6월 30일 안양교도소에서 일시 석방됐다.

1997년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뒤 2년 6개월 만에 잡힌 신창원 씨는 청송보호감호소 이웃에 있는 청송제2교도소에 수감됐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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