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사협상 전격타결]강경했던 使측 하루만에 태도 변화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코멘트
KBS 정연주(鄭淵珠) 사장이 6월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이후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던 KBS 노사가 22일 극적으로 타결한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정 사장과 진종철(陳鐘哲) 노조위원장은 이날 △경영진은 경영위기에 대해 직원에게 사과하고 전 임원이 사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해 올해 적자 발생 시 4분기에 책임진다 △회사는 조합원의 고용안정에 최대한 노력한다 △임금협상과 4개의 노사 실무협의체를 즉각 재개한다 △수신료 현실화와 방송통신 융합법에 대비해 공동 노력한다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양측은 20일까지만 해도 화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노조는 진 위원장이 10여 일째 단식 중이었고 19일부터 정 사장 퇴진을 위한 불신임투표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20일 담화문을 발표해 “노조가 경영진의 퇴진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선 안 된다”며 “불신임투표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도 같은 날 반박문을 내고 “사장의 담화문은 경영위기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뻔뻔한 태도”라며 “도대체 책임경영과 고용안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협상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것은 21일 오전. 정 사장이 직접 진 위원장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협상하기 시작했다. 협상은 신속하게 끝났으며 위원장이 KBS 본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에 협상안을 설명하고 곧이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사측이 갑자기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KBS가 파국으로 흐를 것을 우려한 청와대의 의사 전달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또 노조가 비대위 위원 만장일치로 협상안을 받아들인 것은 공식 합의 외에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면 합의 내용은 △단체협약에 규정된 노사 ‘협의’ 대신 ‘합의’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4분기에 임원 2명을 교체한다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면 합의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다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내용까지 합의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