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교육재단 경쟁력은 어디서 왔나

  • 입력 2005년 7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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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적성 살려 즐겁게 배워요”짬이 날 때마다 모여서 로봇 만들기와 오케스트라 연주 연습을 하고 있는 포항제철고 학생들. 이 모임들은 학교의 지시 없이 학생들 스스로 조직하고 꾸려 나간다는 점에서 즐겁게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장이 되고 있다. 포항=이권효 기자
“내 적성 살려 즐겁게 배워요”
짬이 날 때마다 모여서 로봇 만들기와 오케스트라 연주 연습을 하고 있는 포항제철고 학생들. 이 모임들은 학교의 지시 없이 학생들 스스로 조직하고 꾸려 나간다는 점에서 즐겁게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장이 되고 있다. 포항=이권효 기자
축구 스타로 자란 박주영(FC 서울) 선수가 대구 청구고 재학 중 브라질 유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포스코교육재단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선수를 비롯해 축구 기대주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포스코교육재단은 포스코에 지원을 주선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포스코교육재단이 산하 학교도 아닌 남의 학교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어디에서건 다양한 특성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교육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양한 특성화 교육=전남 광양제철초중고교에서는 브라질 출신 선수가 축구를 지도하고 있으며, 경북 포항제철중고교에서는 러시아 출신 선수가 체조부를 가르친다. 포항 및 광양의 제철중고 축구부는 대한축구협회장배대회 우승 등 2년 동안 10차례나 각종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제철고가 지난해 도입한 우수학생특기적성프로그램(HSP)은 인문고이지만 과학영재를 빨리 발굴해 더욱 우수하게 키우기 위한 것이다.

수학과 물리, 화학 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 20∼30명을 선발해 인근 포항공대(포스텍) 교수들과 협약을 맺어 연간 50시간씩 개인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다.

포항공대는 1995년 재단에서 분리됐지만 교육분야에서는 재단 내 학교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재단 산하 학교는 이 같은 특성화 교육 덕분에 해마다 과학, 외국어, 글짓기, 정보화, 예체능 분야의 전국 규모 이상 각종 대회에서 많은 상을 탄다.

▽경쟁력의 원천=재단 산하 고교 1학년생 4명을 지도하는 포스텍 물리학과 유창모(柳昌模·53) 교수는 “웬만한 대학에 있는 물리실험기기들은 요즘 고교생 수준이면 충분히 활용할 만한 것이 많다”며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넓게 설계하도록 도와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광양제철고 진학지도 담당인 추정교(秋正敎·40) 교사는 “수준별 수업이 정착된 데다 교사들의 열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라며 “교사들이 모두 학교 인근에 거주하기 때문에 학생지도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두 지역 고교의 교사들은 대부분 오전 7시에 출근해 학생들을 기다리는 일이 습관이 됐다. 그만큼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도 높다.

교정에서 만난 포항제철고 2학년 손동민(孫東珉·17) 군은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많아 우리 학교가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자체 개발한 교재도 좋은 데다 선생님들이 학생들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5월부터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과학, 언어, 외국어, 예체능, 정보 등 7개 분야의 우수학생과 교사를 선발해 초중고교까지 연계해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아낌없는 지원=1968년 포항제철은 공장을 세우기에 앞서 포항시 남구 효자동과 지곡동 일대에 주거단지와 학교부터 조성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왜 공장부터 짓지 않느냐, 투기를 하려는 것이냐”는 등의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포항제철 측은 “직원들이 서울 쪽을 바라보며 자녀교육을 걱정하면 공장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원안대로 강행했다. 직원들이 아이 공부 때문에 ‘마음이 콩 밭에 가 있으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확신 때문.

이후 30여 년 동안 포스코와 포스코교육재단의 학교들은 ‘동반성장’을 계속했다.

1980년대 초 광양제철소가 문을 열면서 이 지역에도 직원 주거단지와 함께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한다는 전통은 그대로 이어졌다.

포항·광양=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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