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신선초등학교 ‘원어민 외국어교실’

  • 입력 2005년 6월 21일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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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인천 중구 신흥동 신선초등학교 원어민 중국어 교실.

한 학생이 중국어 문장이 적혀 있는 종이 카드를 자신만 본 뒤 그림을 그리는 시늉을 하자, 다른 아이들이 “화∼활(hu`ahu`ar, 그림을 그리다)”이라고 외쳤다.

이어 다른 아이가 카드를 본 뒤 힘겨운 표정으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몸짓을 하자, “덩∼샨(d~engsh~an, 등산을 하다)”이라고 소리쳤다.

3학년 임예지(10) 양은 “선생님과 함께 여러 가지 상황을 연출해 단어 등을 배우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어려운 중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선초교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외국어 수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체 ‘원어민 외국어 교실’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어는 올해 3월, 영어는 4월부터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 외국어 학원처럼 원어민 외국어 교실을 열겠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학부모들로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 교육기업을 통해 실력 있는 외국어 강사 선발한 뒤 5회에 걸쳐 학부모를 초청해 공개 수업을 열어 신뢰를 쌓았다.

신선초교가 외국어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자녀의 외국어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 외국어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자는 뜻이 가장 크다.

일반학원의 월 수강료는 18만 원 정도지만 학교에서는 3분의 1 가격인 8만 원에 수강할 수 있다.

정년을 앞 둔 이기문(62) 교장은 “지구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영어 중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학생들을 길러 내야 국가가 경쟁력을 갖는다는 생각에서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원어민 외국어교실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어 수업은 방과 후에 이뤄지고 있다. 현재 중국어 20여 명, 영어 70여 명이 외국어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영어 수업은 실력 수준에 따라 4개 레벨로 팀을 짜서 이뤄지고 있으며 영국출신 원어민 강사와 최고 수준의 한국인 강사가 나서 교육하고 있다.

특히 영어수업은 일반 학원처럼 단기과정이 아니라 5년 과정의 정규 커리큘럼을 적용해 이뤄지고 있어 1학년 때부터 영어수업에 참가할 경우 과정이 끝나면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외국인 선생님만 보면 피하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복도 등에서 만나면 무슨 말이든 대화를 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영어 교사인 다니엘 수자(30·영국) 씨는 “옥스포드 교재와 연구진이 만든 영어 교수법을 활용해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업을 받은 학생은 몇 년 뒤 높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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