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우회“학생들 친일청산 너무 성급”

  • 입력 2005년 3월 31일 2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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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동문회인 ‘교우회’(회장 박종구·朴鍾久)는 최근 고려대 총학생회가 추진하고 있는 ‘친일 청산’ 운동과 관련해 31일 ‘사랑하는 고려대 후배들에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우회는 성명에서 “이른바 일제 잔재 청산작업이 실증적인 학문적 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모교에 봉직했던 선배 교우나 스승을 폄훼하면서 너무 성급하게 비교육적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고 밝혔다. 교우회는 또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며 “그러나 이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민족사적 과제”라고 말했다.

교우회는 이어 “그럼에도 작금의 상황은 민족사적 과제가 정략적 차원에서 소모적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등 마치 1960년대 후반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절을 연상케 한다”며 “일제 잔재 청산작업은 방대한 사료를 엄정하게 검증할 전문학자들의 학문적인 탐구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교우회는 또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당시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까지를 포함한 공과(功過)를 총체적으로 조명해야 한다”며 “학문적이고 교육적인 방식으로 일제 청산작업이 전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교우회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교우회 정기총회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모았다”며 “이는 23만 교우와 후배 학생들이 열린 마음으로 미래지향적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이지 결코 후배 학생들의 활동을 매도하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高大학생회, 친일교수 발표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이 대학 교수 출신과 동문 10명을 친일행적이 뚜렷한 인물이라고 규정해 발표했다.

교우회 성명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선배들이 우리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방향을 흐리지 말고 먼저 지지를 표명한 뒤 방법적인 측면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이 대학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의 백낙준(白樂濬) 초대 총장 동상 철거 주장과 관련해 “동상 철거는 막연한 반일감정을 토대로 한 여론몰이에 불과하다”며 “동상 철거보다 초대 총장의 공적과 과오를 명시한 게시판을 설치하고 판단은 학내 구성원에게 맡기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학내 구성원 간 친일 청산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고려대 총학생회와 서울대 미대 사범대, 이화여대 민노당 학생위원회, 중앙대 경희대 전북대 경북대 총학생회 등은 지난달 30일 ‘친일 잔재 청산 대학생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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