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군 전의면에서 동아일보 독자센터(지국)를 운영하는 김용중(金容重·85) 씨. 1955년부터 동아일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외길 인생’을 고집해 온 최장기 지국장이다. 전의면 읍내리에서 태어난 김 씨는 청주상고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선박회사 경리사원으로 일하다 6·25전쟁 때 낙향해 동아일보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50부를 배달하다 1970년대에는 400여 부까지 부수를 늘렸다. 하지만 점차 농촌 인구가 줄어 현재는 200부 안팎을 배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수십 년 독자이며 “동아일보 아니면 안 본다”는 ‘애독자 중의 애독자’들이다.
50년 세월 동안 김 씨는 동아일보와 고락을 같이했다. 특히 자유당 시절에는 비판 신문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 하나로 혹독한 어려움을 버텨냈다.
“3·15 부정선거를 앞두고 정보 형사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지국 운영 포기와 자유당 입당을 강요했어요. 하루는 지국에 찾아온 정보 형사에게 ‘절대 그렇게는 못 한다’고 못을 박았더니 다음날 전의초등학교 교장이 부르더군요. 센터와는 별도로 운영하던 학교 매점의 문을 닫으라는 거예요.”
당시 경찰은 김 씨뿐 아니라 동아일보 독자들을 개별적으로 찾아다니며 구독을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이 때문에 일부 애독자들은 자신의 주소를 바꿔 다른 곳으로 일단 배달시킨 뒤 찾아다 읽기도 했다. 이농이 심해지면서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직접 신문을 배달하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이 마을에 사는 김재웅(金在雄·77) 씨가 센터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는 김용중 씨가 지국을 운영하기 시작할 당시부터 동아일보를 구독해 온 50년 독자다.
김용중 씨는 1일 열리는 동아일보 창간 85주년 기념식에서 50년 장기 근속상을 받는다.
연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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