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아 놀자]놀이수학이 뭐죠?

  • 입력 2005년 3월 7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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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에 있는 A도형을 오른쪽으로 반의 반 바퀴 돌리면 B도형 모양이 되죠?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만큼의 ‘방향 변환 카드’를 사용해 B도형을 만들어 보세요.”

서울 양천구 목동 씨매스 수학학원의 초등학교 1학년 수업 시간.

학생 3명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교구를 이리 저리 돌려 보고 있었다.

‘방향 변환 카드’에는 카드마다 반 바퀴 돌아간 화살표, 반의 반 바퀴 돌아간 화살표 등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었다. 학생들은 주사위에 나온 숫자만큼의 카드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화살표가 반의 반 바퀴만 이동하도록 카드를 조합해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김지우(8) 양은 “학교에서는 수학 시간에 덧셈, 뺄셈 등 계산만 해서 너무 따분했다”며 “여기서는 게임을 하면서 계산 연습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도형을 갖고 놀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수학 교육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교구를 활용한 수학학습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주산식 수학 학습 열풍도 거세다.

○재미있게, 친근하게… 초등학생들에 ‘놀이수학’ 인기

최근 유아, 초등학생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놀이수학.

놀이수학은 교구를 직접 만져 보며 놀이를 통해 수 개념과 연산, 공간 지각력을 익히는 것으로 한국프뢰벨, 기탄교육, 오르다코리아, 조이매스 창의력수학교실, 아담리즈 놀이수학, 씨매스 등 다양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이삭탐구학교 형은영 강사는 “몇 년 전만 해도 학습지 위주의 평면적인 수학 교육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놀이를 통한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며 “놀이만으로는 학습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업체가 교구와 교재를 함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높이수학, 재능수학, 웅진씽크빅, 구몬수학도 과거 계산 능력만 강조하던 학습지 형태에서 벗어나 창의력과 사고력 등을 내세운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3세부터 6세까지는 놀이수학을 하고 7세가 되면 학습지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즉 놀이수학을 통해 수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게 한 다음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학습지를 시작해 학교 공부에 대비한다는 것.

주부 지은영(34) 씨는 “현재 여섯 살 난 아들을 놀이수학 학원에 보내고, 동화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수학학습지를 시키고 있다”며 “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 기존 학습지는 그만하고 연산에 도움이 되는 다른 학습지 2개를 새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성행했으나 ‘기억 너머로 사라졌던’ 주산도 다시 등장했다.

주판을 이용한 주산식 암산 교육을 내세운 ㈜예스셈교육은 2003년 3월 가맹점을 모집하기 시작해 2년 만인 현재 2800개의 가맹점을 확보해 수학교육의 ‘복고’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왜 수학인가… “대학진학은 수학이 좌우한다”

수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대학 입시 때문이다.

국어 영어 수학 중 한 과목이라도 못하면 상위권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운데, 이 중 수학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과목으로 꼽힌다.

상위권 대학의 자연계열에 진학하려면 수학 구술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수학 실력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수학 경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여섯 살 난 아들을 둔 주부 고모(34·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아이가 이과 쪽에 재능을 보여 수학, 과학에 투자하고 싶은데 과학은 물리, 화학 등 어떤 분야가 맞는지 아직 몰라 공부를 시키기가 어렵다”며 “일단 수학 실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학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돼 있지만 정작 학교 수업 시간에는 시간과 진도에 쫓겨 이를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서초등학교 장윤영 교사는 “6차 교육과정보다 수학 수업 시간수가 1시간 줄어든 데 비해 내용은 많이 줄지 않았다”며 “수학익힘책에는 직접 카드를 만들어 놀이를 해 보라고 돼 있지만 시간이 부족해 이를 모두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올바른 수학 공부… 수학 혐오증 주범은 선행 학습

수학 전문가들은 놀이수학이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친근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수학 실력 자체를 높여 주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숭실대 황선욱(수학) 교수는 “교구 조작을 통한 놀이는 수학에 대한 호기심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며 “단순히 교구를 갖고 놀기보다는 프로그램이 수학적 창의성과 공간 지각력 등을 키우도록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학 전문가들은 또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선행 학습’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교원대 신현용(수학교육) 교수는 “선행 학습을 하면 최상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려워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스스로 무능하다는 생각에 빠져 수학을 멀리하고 결국 포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외우고 반복해 훈련하기보다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구구단도 ‘2×3=6’으로 달달 외우기보다는 ‘2를 세 번 더한 것’과 같이 사칙연산이 서로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

동국대 이중권(수학교육) 교수는 “계산 능력을 높이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측면은 있지만 무턱대고 공식과 풀이 방법을 외울 경우 사고 능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수학 실력을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된다”며 “모르는 것을 곧바로 가르쳐 주기보다 아이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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