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법 왕우렁이 ‘제2황소개구리’ 되나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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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법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대량 양식돼 온 왕우렁이가 자연생태계에 유입돼 어린 벼를 갉아먹는 등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환경부는 전국 상당수 농가에서 잡초 제거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왕우렁이가 겨울에도 죽지 않고 월동해 이듬해 봄에 벼를 갉아먹는 등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왕우렁이가 황소개구리, 블루길, 붉은귀거북 등에 이어 토착 생태계를 훼손하는 ‘애물단지 외래종’으로 전락할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길이 4cm 정도로 토종 우렁이보다 훨씬 큰 왕우렁이는 1983년 식용으로 정부 승인을 받아 일본에서 도입됐다. 이후 왕성한 식욕으로 논의 잡초를 제거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1992년부터 비닐하우스 등에서 대량 양식돼 친환경농법 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2002년 기준으로 왕우렁이 농법으로 벼를 재배한 논은 60개 시군 2894농가의 1937ha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죽는 것으로 알려졌던 왕우렁이가 한국 생태계에 점차 적응하면서 이듬해 봄까지 살아남아 벼 등 어린 풀을 갉아먹고 있는 게 이번 환경부 조사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또 양식장을 떠나 자연생태계로 확산되면서 왕우렁이 농법을 사용하지 않은 전북 정읍시와 전남 해남군, 경남, 제주, 인천 등에서도 성체와 알이 발견되고 있다.

2003년 해남군 내사리 고천암 간척지에서는 0.5ha의 논에서 왕우렁이들이 어린 벼를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생태계로 유출된 왕우렁이 수가 많지 않아 피해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1년에 1000여 개의 알을 낳는 데다 부화한 새끼도 60일이면 성체가 될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또 연한 풀을 닥치는 대로 먹으며, 천적으로 꼽히는 동물도 잉어와 잔날개여치 정도뿐이어서 일단 생태계로 유입되면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미가 원산지인 왕우렁이를 양식용으로 도입했던 대만,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은 왕우렁이에 의한 피해가 확산되자 양식을 금지하는 등 후속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동덕수 과장은 “겨울철에도 얼어 죽지 않는 왕우렁이가 발견된 점과 이들의 월동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일단 자연하천 등에서 이들의 월동 양태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밀 조사한 뒤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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