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5도-초속 20m 강풍속 한밤 소백산 ‘필사의 구조작전’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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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400여 m의 산, 야간, 초속 15∼20m의 강풍, 영하 25도의 혹한, 20cm의 눈.’

이런 악조건 속에서 등산객 4명이 조난했다가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 등에 의해 3명은 구조됐으나 1명은 숨졌다.

19일 오후 8시 25분경 경북 영주소방서 상황실에 강병윤 씨(30·회사원·경기 부천시)가 휴대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헉헉… 여보세요… 조난당했어요… 바람이 너무 세서… 빨리 구조대 좀….”

4명이 등산을 하다 소백산 비로봉(해발 1439.5m) 인근에서 1명이 쓰러져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영주소방서는 즉각 인근 풍기소방파출소, 공원관리사무소, 경찰에 연락해 모두 50여 명이 5, 6개조로 나눠 구조작업에 나섰다. 강풍을 뚫고 빙판길 등산로를 오른 지 3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45분경 비로봉 전방 400m 지점의 등산로에서 소백산국립공원 북부관리사무소 이상철 보전계장(36) 등 3명의 구조팀이 조난자들을 발견했다.

조난자들은 각자 침낭 속에 들어가 있었는데 최옥순 씨(36·여·경기 시흥시)는 몸이 차가웠고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였다.

구조팀은 “잠들면 죽는다”며 이들의 뺨을 때리고 언 몸을 주물러 깨운 뒤 보온병에 든 따듯한 물을 줬다.

신고 후 8시간 만인 20일 오전 4시 20분경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산을 내려 온 이들은 영주 기독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최 씨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저체온증 등으로 숨졌다. 나머지 3명은 비교적 건강이 양호해 이날 오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영주=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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