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20년 여성 참정권 代母 美 앤서니 출생

  • 입력 2005년 2월 14일 18시 51분


“남자 햇빛과 여자 햇빛, 남성용 봄과 여성용 봄이라고 말한다면 우스꽝스럽지 않겠는가. 인간의 정신도 성별을 따질 수 없을진대 남자다운 교육, 여자다운 교육이니 하는 것은 더 우스꽝스럽지 않은가.”(수전 앤서니 씨의 글 일부)

1820년 2월 15일 여성 참정권 운동의 ‘어머니’ 앤서니 씨가 미국 애덤스에서 태어났다. 인간의 정신과 관련해 성별을 따지는 것이 전혀 우스꽝스럽게 여겨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젊은 시절 금주(禁酒)운동에 열성적이던 앤서니 씨는 1853년 술 판매 금지법을 만들자는 청원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서명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청원 자체가 기각됐다.

당시 여성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성인 벨바 로크우드 씨가 1869년 조지 워싱턴대의 전신인 컬럼비안칼리지 법학부에 원서를 내자 학장은 다음과 같은 답신을 보냈다.

“부인, 당신의 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남학생 법학도들의 정신이 산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크우드 씨는 1873년 어렵사리 변호사가 됐지만 법정에 설 수 없었다. 여성 변호사에게도 법정 변론권을 달라고 청원했지만 법원은 “남편인 판사 앞에서 아내인 변호사가 변론하는 등 ‘위험하고 괘씸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는 힘겨운 로비 끝에 1879년 여성 변호사로서는 처음으로 법정에서 변론했다.

여성이 정치 지도자를 뽑을 수 있게 된 것은 더 훗날이다.

앤서니 씨는 1872년 대통령선거 때 시험 삼아 투표를 했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유권자가 아닌데 투표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1869년부터 1906년까지 의회가 열릴 때마다 여성 참정권을 요구했다. 전미여성참정권동맹 등의 단체도 설립했다.

앤서니 씨가 사망한 지 14년 뒤인 1920년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는 수정헌법 19조가 통과됐다. 이는 ‘수전 앤서니 수정법안’으로 불린다.

여성이 현재의 권리를 갖기까지 벌인 많은 투쟁은 지금 보면 앤서니 씨의 말처럼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50년 후에 혹 우스꽝스럽게 보일 불합리와 불평등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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