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 마음놓고 타도되나'…안전성 의문 제기

  • 입력 2005년 2월 11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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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열차, 마음 놓고 타도 되나.'

10일 경기 광명시 광명터널 안에서 고속열차(KTX)가 1시간 20분 동안 운행이 중단된 사고가 일어나자 고속철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KTX는 지난해 4월 개통 초기 잦은 고장을 일으켜 여론의 비판을 받았으나 개통 한 달 이후부터 고장이 줄어 나름대로 운행이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설 연휴 마지막 날에 고속열차가 터널 안에서 1시간 20분이나 멈춘 데다 11일까지도 사고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비슷한 사고가 재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열차 결함인가 기관사 대응 미숙인가= 한국철도공사는 현재 사고 열차를 고양차량기지로 옮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철도공사는 사고 직후인 10일 "원인을 알 수 없는 신호장애로 열차가 멈춰 섰고, 하필이면 정차한 곳이 전기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사(死)구간(dead section)'이어서 동력 공급을 못 받아 출발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철도청의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분석. '사구간'은 고속철도 운행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며 약 30~40㎞마다 한 곳씩 설치돼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열차가 이곳에 정차하더라도 전기를 전혀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KTX에는 전기를 공급받는 곳이 앞뒤로 두 곳이 있고 열차 길이가 380m가 넘는다. 반면 사구간의 길이는 160m밖에 안 돼 열차의 전기 공급 받는 두 곳이 동시에 사구간 안에 들어갈 수 없다. 한 곳에 사구간 안에 있어도 나머지 한 곳에서 전기를 공급받으면 열차 출발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

그런데 10일 사고 열차는 1시간 20분 동안 출발하지 못했다. 전기를 공급받는 열차 자체에 고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 철도공사도 11일 "출발 지연은 열차 자체 결함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기관사의 대처가 미숙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열차에 결함이 있더라도 인근 광명역에서 원격 장치로 전력을 공급받는 방법이 있어 출발은 가능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기관사가 비상시에 전력을 공급받는 절차를 제대로 몰라 출발이 지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사고는 막았지만=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형 사고의 징후가 없었다는 점. 터널 안에서 신호 장애로 열차가 정차한 이후 후속 열차가 모두 고속철도 종합 통제 시스템(ATC)에 의해 정지 신호를 받아 추돌 등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애초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ATC가 사고 열차에 '정지 신호'를 낸 이유도 밝혀지지 않고 있어 이 부분 규명도 필요한 상태.

또 열차 결함에 의한 지연 사고가 지나치게 잦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 KTX에서 발생한 운전 장애는 인명 사상에 따른 27건을 빼고 모두 119건이었는데 이 중 절반을 넘는 60건의 원인이 차량고장이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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