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다세대 주택 10채 중 1채 경매

  • 입력 2005년 1월 3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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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문학동 12평 형 다세대 주택(빌라)에 전세 살고 있는 조모 씨(여·33)는 최근 자신이 전세 살고 있는 이 빌라가 경매에 넘어가자 직접 경매에 참여해 인근에 있는 다른 빌라를 낙찰 받았다.

조씨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해 8가구가 살고 있는 동(棟) 전체가 경매에 부쳐져 버렸다”며 “나는 다행히 아주 싼 빌라를 경매를 통해 낙찰 받았지만 이웃들은 갑자기 살 곳이 없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 지역내 다세대, 다가구(원룸) 주택 10채 가운데 1채 꼴로 경매에 부쳐지는 등 전국 6대 광역시 중에서 인천에서 법원 경매 부동산 물건이 가장 많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 태인이 서울 및 6개 광역시의 경매물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인천지역에서 법원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6만191건으로 인구·가구 수가 더 많은 부산지역의 2만97건보다 3배, 서울(3만5720건)보다도 1.7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쏟아진 경매물건 중 77.11%인 5만6411건이 다세대, 다가구여서 서민 살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중 유찰로 중복된 경매건수를 제외한 순수 경매물건 수만 해도 총 1만6천649건에 달했다.

2003년말 기준 인천지역 다세대, 다가구가 총 16만5647가구였음을 감안하면 다가구, 다세대 10가구 중 1가구가 경매에 내몰린 셈이다.

인천지역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이 경기 침체의 여파를 이처럼 직격탄으로 맞은 것은 2000∼2002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인천에 지어진게 주요한 원인이다.

당시 6000만원 하는 빌라의 경우 주택신용보증기금에서 2000만원, 나머지는 은행에서 100%대출을 해줬다. 대출이 쉬어지자, 전세대란을 겪었던 서민들이 대거 내 집 마련의 기회로 다세대, 다가구 장만에 나서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빌라가 지어진 것.

건축업자 유모씨(38)는 “당시 은행에서 대출이 쉽게 이뤄지면서 대출을 받아 창업 등에 사용한 사람들이 많다”며 “그 후 경기가 악화돼 대출금 연체 등 부실채권이 늘자 지난해부터는 인천의 시중은행에서 빌라 대출 심사를 크게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세대, 다가구 경매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인천지방법원에는 10개의 경매계가 신설돼 총 경매계 수가 30개로 늘어 서울시내 모든 법원의 경매계를 다 합친 28개 보다 많다.

디지털 태인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대출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집을 경매에 내놓는 사례가 급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 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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