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은 눈먼 돈?… 前 경기신보재단 과장 100억대 사기대출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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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규모 상인을 위해 보증인이나 담보 없이 지원해주는 창업자금이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성남중부경찰서는 경기신용보증재단 전 보증과장 이모 씨(42)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무자격자를 모집해 이 씨에게 연결시켜준 홍모 씨(37) 등 브로커 4명을 27일 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과 짜고 허위 서류로 창업자금을 대출받은 장모 씨(34) 등 68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대출금 가운데 전액 또는 일부를 상환한 김모 씨(34) 등 3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달아난 브로커 2명을 포함해 41명은 지명수배됐다.

경찰에 따르면 2003년 초 당시 보증과장이던 이 씨와 브로커 홍 씨는 무자격자에게 창업자금을 대출해주고 대출자금의 15%를 수수료로 챙기기로 공모했다. 이어 홍 씨 등 브로커 6명은 ‘창업·운영자금을 빌려준다’는 전단지를 성남 일대에 배포하고 찾아오는 사람을 이 씨에게 연결시켜줬다.

이들은 창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필요한 사업장 임대차계약서를 임의로 만들고 사업자등록증은 허위신고를 통해 세무서로부터 발급받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200여 명이 2003년 한 해 동안 대출받은 창업자금은 모두 100억여 원. 이 가운데 5억 원은 이 씨가, 10억 원은 브로커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나머지 자금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개인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지난해 초 내부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 씨를 고발하지 않고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전국신용보증재단 연합회에 따르면 2003년 경기신용보증재단의 보증사고율(대출금이 상환되지 않아 은행이 사고대출로 처리한 비율)은 10.4%로 311억 원을 채무자 대신 갚아줬다.


성남=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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