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인분가혹행위 옹호 발언 비난 빗발

  • 입력 2005년 1월 25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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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에게 인분을 강제로 먹인 사건의 현장조사를 벌이던 국회의원과 육군 장성이 가혹행위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찬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24일 논산육군훈련소를 방문해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가 사고도 내는 법”이라며 “훈련 잘 시키려고 때리고,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가혹행위 장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육군훈련소 허평환 소장도 의원들에게 “실제 중대장이 한 행위는 오른 손에 잔변을 묻혀서 두 차례 입에 넣었다 빼게 한 것”이라며 “훈련병들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석 의원 사퇴하라”▽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훈련병 가족과 누리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박 의원의 홈페이지와 열린우리당 게시판에는 ‘박찬석 의원은 지금 제정신인가’ ‘병사들의 사기는 생각 안 하나’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니’ 등 비난 글이 빗발쳤다.

“박찬석 의원은 명색이 대학 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가, 만약 당신 자식이 인분을 먹고 구타를 당했다면 어떻게 했을까?(안티 박찬석)”

“귀하는 자녀들이 잘못을 했을때 똥을 먹이는가, 군대가 아무리 특수한 조직이라 해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최소한 납득할 수 있는 처벌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타츠야)”

“이런 의원님께 비례대표를 준 정당도 문제다.(썬)”

비난 여론이 들끓자, 박 의원은 25일 새벽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리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박 의원은 “구치소에서 만난 중대장 이모 대위는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었다”며 “이젠 용서를 하고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수 만명의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군 교관의 사기를 꺾지 않기 위해 말한 것”이라며 “저는 국회국방위원으로서 한편은 국민을, 한편은 군의 사기를 동시에 생각해야 할 입장"이라고 ‘소신’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해명 글’은 도리어 네티즌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중대장의 사기만 중요하고 일반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져도 되는가, 전쟁을 중대장 혼자 하나.(어이없다)”

“공부 꽤나 하셨다는 양반이 도대체 강인한 국방과 인분을 먹이는 인권유린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건지, 공직에 있는 저명인사가 할 소린가(김태호)”

“해명이 아니라 변명이다. 끝까지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바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어처구니)”

박 의원은 비난이 거세자 이날 두번째 보도자료를 내고 “이 사건을 별 사건이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며 “절제되지 못한 발언으로 국민들께 오해를 사게 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각 포털 사이트마다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훈련소장이 이 모양이니….”▽

한편 이날 국방부 게시판에는 허평환 소장을 성토하는 글도 줄을 이었다.

허 소장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대장을 옹호한게 아니냐는 것.

“국방부장관은 반드시 훈련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쓰레기 같은 지휘관들이 그렇게 많아서야 어떻게 나라를 믿고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나.(김민수)”

“아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 인분을 먹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니, 참으로 한심하다.(조병덕)”

“책임지고 물러나지는 못할망정…, 도대체 이런 사람이 훈련소장이라니 아들 군 보낸 걸 땅을 치고 후회한다.” (훈련병엄마)

“훈련소장 의식이 저러니 제2의 인분사건은 불보듯 뻔하다. 국방부 장관 뭐하고 있는가, 국민의 군대가 이래도 되는 건가.(이정순)”

상당수 누리꾼들은 “허소장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임할때까지 계속적으로 항의글을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래 저래 이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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