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암투병중 강단 다시서는 서강大 장영희 교수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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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새 학기에 다시 강단에 서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 김미옥 기자
척추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새 학기에 다시 강단에 서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 김미옥 기자
“힘들어도 인내하고 하루하루에 충실하면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병마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

척추암으로 투병 중인 영문학자이자 유명 칼럼니스트인 서강대 장영희(張英姬·53·여) 교수가 올봄 다시 강단에 선다. 지난해 9월 3년 전 완치됐던 유방암이 척추로 전이돼 강단을 떠난 이후 반년 만이다.

장 교수는 “중간고사 기간에 학생들이 ‘선생님, 꼭 빨리 나으세요’라고 쾌유를 기원하는 글을 보내와 큰 힘이 됐다”며 “학생들이 마냥 그리웠고, 의사도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권유했다”고 강단 복귀 배경을 밝혔다.

“수업을 두 번밖에 하지 못하고 입원해 내내 미안함이 컸습니다. 다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그가 맡을 수업은 학부 1학년 전공 필수 과목인 ‘영문학개론’과 대학원 ‘19세기 미국문학’. 그는 “갓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활력이 기대된다”며 웃었다.

장 교수는 “항암 치료와 약 때문에 식도가 타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는 동안 ‘아무것도 아닌 일상생활’이 정말 부러웠다”며 고통스러웠던 투병 기간을 떠올렸다.

“병상에 누워 해가 지는 것을 보면 겨우 하루가 지나나보다 했고, 해가 뜨면 또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싶었죠.”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장 교수는 시집을 놓지 않았다. 그는 “시를 읽는 동안은 시인의 느낌, 용기, 기쁨, 희망, 고통이 그대로 전이돼 통증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병 기간을 통해 “결국 고통에는 끝이 있고, 어려움은 어떤 형태로든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소아마비 1급 장애를 극복하고 영문학자가 된 뒤 부친 고 장왕록 교수와 함께 펄 벅의 ‘살아 있는 갈대’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또 일간지에 영미(英美) 시 칼럼을 연재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고통을 겪으면서 삶의 가치를 더 느끼게 된다는 새러 티즈데일의 ‘연금술’이라는 시가 항상 마음의 위로가 됐다”며 환히 웃었다.

‘봄이 노란 데이지꽃 들어 비 속에/건배하듯, 나도 내 마음 들어 올립니다./고통만을 담고 있어도/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담겨 있는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나는 배울테니까요. 생기 없는 슬픔의 술을/찬란한 금빛으로/바꾸는 법을.’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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