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서 치료받게 해줘 고마워요”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05분


경기 화성시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독성 세척제 중독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고국에 돌아갔던 태국 여성근로자 3명이 재활치료를 위해 한 달여 만에 재입국했다. 자신을 불구로 만든 한국에 대해 “태국에서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약초를 달인 물로 고통을 달랬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게 해줘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고개를 들 수 없다. 휠체어에 탄 채 입국한 이들이 기적처럼 일어서 제 발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하기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감독관청과 업주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 노동자들이 특수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업주가 문제의 세척제가 유독물질인지조차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업체에 ‘모범’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뒷북치는 노동 복지 행정과 공장주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난하기 이전에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외면 냉대해 왔던 우리 모두의 무관심도 자책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으로 노역에 동원되고, 독일 중동 등지에서 말 못할 고난과 설움을 겪지 않았는가. 이런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민족이 먹고살기 위해 한국에 건너온 해외동포와 외국인 근로자들을 학대 착취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한 나라의 국력은 국토의 면적 인구 자원 등에 의해 결정되지만 품격은 지식 문화 예절과 타인 및 약자에 대한 배려로 가름할 수 있다. 대중문화 예술의 한류(韓流) 유행에 걸맞게 타 민족과 문화에 대한 사랑의 실천과 인류애에 관해서도 한국이 아시아를 선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정부와 기업에 앞서 국민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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