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절반 돌려받은 '기러기 아빠'

  • 입력 2005년 1월 2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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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이강원·李康源)는 자녀와 아내를 외국에 보내놓고 혼자 뒷바라지를 했으나 아내가 현지에서 딴 살림을 차리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된 남편 A씨가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지난 해 12월 29일 "두 사람은 이혼하고 재산은 절반 씩 나눠가지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은행 지점장 출신의 50대 중반 A 씨는 퇴직 직후인 1994년 아들과 딸을 외국에 유학보냈고 아내도 함께 자녀들과 체류하도록 했다. 계속된 사업 실패 속에도 A 씨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팔아 전세로 옮기는 등 4년여에 걸쳐 2억4000여만 원의 유학비용과 생활비를 보냈다. 사업 실패에 따른 재산 탕진을 걱정하자 남편은 형수 이름으로 사 둔 아파트도 아내 이름으로 이전해줬고, 아파트 전세금, 은행 예금 등 1억여 원을 모두 아내에게 보냈다.

그러나 잇따른 사업과 취업 실패로 실직 상태가 계속되면서 생활이 어려워지자 아내는 남편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남편이 응하지 않자 아내는 주소를 친정으로 옮겨버렸다. 아내는 외국에서 하숙, 관광안내 등을 하면서 어렵게 생활을 꾸려나갔고 그 와중에 아들의 지도교수와 눈이 맞아 동거를 하게 됐다. 부유층인 이 현지인 지도교수 덕분에 A씨의 아내와 아들은 유럽 여행도 다녀올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신이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이사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남편은 고시원을 전전하면서 택시운전,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꾸려갔다. 이 와중에도 딸에게 매달 60만 원 가량을 송금했다. 남편은 그러나 2003년 말 딸에게서 아내가 현지인과 동거 중이며 아파트 처분을 위해 귀국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A씨는 아내에게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아내도 "이미 합의에 따라 재산분할을 했다"며 "경제적 무능과 허황된 행동 등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아내가 유학을 간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외국에 장기 체류하게 됐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지자 서로 연락을 취하는 등 적극적으로 혼인생활을 회복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혼인 파탄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동등하게 있다"며 이혼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아내가 제기한 5000만원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대신 남편의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여 "아내는 남은 재산 중 절반가량인 4억원을 남편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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