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1명이 빈곤층이 되고 만 현실이지만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이들을 도우려는 온정의 손길 덕분에 세밑이 차갑지만은 않다. 훈훈한 온정이 키워가는 희망의 현장을 돌아봤다.
▽우리 주변의 ‘날개 없는 천사들’=구세군 직원들은 2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설치한 자선냄비를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흰 봉투 속에 1300만 원짜리 수표가 들어있었던 것. 누가 넣은 것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김모 할머니(63·서울 관악구)는 상이군경인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받는 연금을 아껴 100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지난해에도 100만 원을 기탁했던 김 할머니는 ‘성함과 주소를 알려 달라’는 부탁을 끝내 고사하고 돌아섰다.
구세군 대한본영 안건식(安建植) 사관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실천하는 이웃들이 있어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훈훈한 마음은 청소년과 사이버공간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중앙고 학생들은 최근 용돈을 모아 아름다운재단에 23만8500원을 기탁했다. 이들은 또 학교축제 때 장터를 열거나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벌여 마련한 수익금을 인근 노인정에 전달하기도 했다.
싸이월드의 ‘닭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닭사모)’ 동호회원 50여 명은 23, 24일 홀로 사는 노인 등 주변의 소외계층에 예쁜 카드와 치킨요리를 배달했다.
▽올라가는 ‘이웃사랑 수은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달 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한 ‘사랑의 체감온도탑’의 눈금은 27일 현재 81.7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 온도탑은 이번 겨울 모금기간(12월 1일∼내년 1월 31일)의 목표액인 981억원을 달성하면 100도를 가리키게 되는데 벌써 목표액의 81%에 도달한 것.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모금액 533억5700만 원과 비교하면 50% 이상 늘어난 실적이다.
삼성(200억 원)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LG, SK, 포스코(이상 70억 원) 등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이 크다. 하지만 개인 기부도 전년 동기 대비 40억 원 늘어나 10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는 고액 개인 기부자가 유난히 많다. 지난겨울의 모금기간에는 1000만 원 이상 개인 기부자가 9명에 그쳤으나 이번엔 17명이나 된다.
27일 한 기업경영인은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며 신원 공개를 거부한 채 2000만 원을 기탁했다.
24일을 끝으로 자선냄비를 거둬들인 구세군의 모금액도 지난해보다 6% 이상 늘어 25억5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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