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봉사활동 하며 훈련 피로 씻어요”

  • 입력 2004년 12월 24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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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맙죠. 해병대가 아니면 이곳 할머니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다 구경도 못합니다.”

경북 포항의 해병대 1사단(사단장 이상로·李相魯 소장) 장병들이 빡빡한 군대생활 속에서도 매주 토요일 부대 인근의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9년에 시작한 봉사활동이 어느새 6년째. 가톨릭 사회복지시설인 성모자애원(포항시 남구 대잠동)에는 18일 점심시간 무렵부터 저녁까지 해병의 상징인 팔각모를 쓰고 빨간색 운동복을 입은 해병대원들로 붐볐다.

계속된 교육훈련 등으로 피로가 쌓여 있지만 해병대원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위해 각종 봉사활동을 한다. 100여명의 할머니 등 이곳에 있는 노인 110여명은 치매와 뇌졸중 등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혼자서 밥을 먹기도 어렵다.

해병대 장병들은 노인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부터 목욕, 화장실 청소 등은 물론이고 성모자애원을 관리하는 수녀들이 맡기 어려운 노동력이 요구되는 일까지 해준다.

금요일 저녁이면 노인들은 “내일 우리 손주(해병대원)들이 오느냐”고 묻곤 한다고 자애원 측은 전했다.

자애원 안 ‘햇빛마을’의 이기섭(李起燮·61) 사무국장은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이 생활하는 곳이라 씩씩한 해병대원이 오는 날이면 자애원 전체에 활기가 넘친다”며 “부대생활도 힘들텐데 한번 오면 8시간 정도 쉬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다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철에는 해병대원들이 할머니들을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모시고 나가 ‘1일 해수욕’을 시켜준다는 것.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들은 장병들이 한 명씩 손을 잡고 일일이 챙겨줘야 마음 놓고 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

해병 1사단 장병들은 매주 20여명이 돌아가면서 성모자애원을 찾는다. 요즘 입대하는 장병들에게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장병이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 7월 임관해 소대장을 맡고 있는 황다혜(黃多慧·28·여) 소위는 “집(포항시 흥해읍)에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시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부대 사정 상 봉사활동을 많이 할 수는 없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군인의 사명 중 하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해병대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대구 출신인 유석현(劉錫顯·21) 일병은 “입대 전에는 복지시설을 찾을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해병대에서 이런 기회가 생길 줄 몰랐다”며 “봉사활동 차례가 아닌 주말에는 어른들이 잘 계시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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