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점수발표]첫 시행 표준점수제 탐구영역서 대혼란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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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 지원할까”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14일 오전 서울 청운동 경복고 3학년생들이 교실에 게시된 대학 지원배치표를 보고 자신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찾아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어느 대학 지원할까”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14일 오전 서울 청운동 경복고 3학년생들이 교실에 게시된 대학 지원배치표를 보고 자신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찾아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첫 시험이어서 과목 간 난이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처음 도입된 표준점수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탐구영역의 일부 선택 과목에서 난이도 차이로 인한 유·불리가 발생했고 만점자가 대거 쏠리면서 ‘2등급 실종’ 현상이 발생했다.

▽언어·수리·외국어 무난=채점 결과 영역별 1등급 비율이 언어(4.73%), 수리 ‘가’형(4.94%), 수리 ‘나’형(4.53%), 외국어(4.18%)로 9등급 간 비율에서 1등급 목표치(4%)와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차순위 등급의 비율도 당초 목표한 2등급 7%, 3등급 11% 안팎이어서 무난하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1등급과 2등급 구분 점수도 언어 128점, 수리 ‘가’ 131점, 수리 ‘나’ 140점, 외국어 132점 등으로 나타났다.

▽탐구 난이도 실패?=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일부 과목에서 만점자가 양산됐다. 윤리가 쉽게 출제돼 만점으로 1등급을 받은 학생이 17.37%(3만1209명)나 됐다. 한국지리 11.86%(2만7564명), 국사 10.80%(1만7174명)로 정해진 1등급 비율을 훨씬 초과했다.

이 때문에 차순위 2등급 비율까지 잠식해 윤리, 한국지리, 생물Ⅰ은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아니라 3등급으로 뚝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일부 수험생은 한 문제를 틀려 상위권 대학의 최저자격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법과 사회(4.35%), 사회문화(5.19%), 정치(5.36%), 경제(5.25%)의 1등급은 대체로 정상분포를 보였다.

▽무엇이 문제인가=이번 수능 과목은 모두 51개 과목이다. 그중 탐구영역은 사회탐구 11과목, 과학탐구 8과목, 직업탐구 17과목.

이 많은 과목의 난이도를 일정하게 맞춘다는 것은 “신(神)도 할 수 없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설명대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표준점수가 도입됐지만 2∼3% 정도가 아니라 1등급이 목표치(4%)보다 4배나 높은 17%나 된다는 것은 출제에 문제가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평가원도 “과목별 문항수가 적거나 응시자 수가 적은 탐구 영역 및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경우 정해진 등급 비율을 벗어난 과목이 있다”고 인정했다.

응시자 수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윤리 국사 한국지리는 응시자가 각각 15만∼23만 명으로 응시자가 가장 많은 과목이다. 반면 직업탐구 과목들은 응시자가 55∼2만 명으로 훨씬 적지만 등급별 비율이 제대로 나왔다.

결국 평가원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어렵지 않게 출제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이 출제진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표준점수가 원점수보다 난이도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긴 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최강학원 최강 원장은 “표준점수가 과목별 난이도 차이로 인한 유·불리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적절한 난이도 조절은 역시 필요하다”며 “첫 시험부터 쏠림 현상이 부각돼 표준점수 자체를 불신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직업탐구·제2외국어=전체 수험생의 6%인 3만4863명이 응시했다. 1등급과 2등급 구분 표준점수가 17개 과목에서 63∼71점으로 8점 차이가 났다.

제2외국어 아랍어Ⅰ에서 표준점수 100점이 2명 나왔다. 응시자가 531명인데 중동에 살다온 학생과 아랍어를 전혀 모르는 수험생의 실력차가 극명해 이런 현상이 생겼다는 것.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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