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비서실 정무팀장을 지낸 안희정(安熙正) 씨는 10일 0시 20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1년간 옥살이를 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불법 대선자금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않고 자신이 짊어졌다는 얘기인 듯했다.
이날 구치소 앞에는 이재정(李在禎)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열린우리당 백원우(白元宇) 의원과 일부 당 중앙위원만 나와 조촐하게 안 씨를 맞이했다.
그는 ‘앞으로 뭘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이날 청와대 386 참모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들은 그동안 자주 안 씨를 면회했지만 출소할 때 ‘후배들은 가능하면 나오지 말아 달라’는 안 씨의 당부에 마중을 나가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는 당분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쉴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386 의원은 “며칠 전 면회를 갔더니, 안 씨가 ‘외국에 나가라는 사람도 있고, 시골로 내려가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 씨는 머지않은 시점에 미국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년 4월 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때까진 국내에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분석이 엇갈린다. 한 측근은 “이제 대통령과 안 씨는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면서 “동업자 관계도 옛날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오른팔인 광재(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가 원내에서 역할을 하듯이 희정이는 VIP(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다른 막중한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재 의원은 이날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의정일기’에서 안 씨를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참으로 힘들고 모진 시간을 겪었다. 사람들이 희정이에 대해 물으면 나는 한마디로 말하겠다. ‘희정이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라며 동지애를 표시했다.
조만간 청와대 386 참모들은 안 씨를 만날 계획이다. 출소 축하연을 겸한 이 자리에서 안 씨의 거취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적절한 시점에 노 대통령도 안 씨를 불러 위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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