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左희정’…어떤 길 걸을까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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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왼쪽)이 10일 0시 20분경 안양교도소 앞에서 만기 출소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
이재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왼쪽)이 10일 0시 20분경 안양교도소 앞에서 만기 출소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비서실 정무팀장을 지낸 안희정(安熙正) 씨는 10일 0시 20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1년간 옥살이를 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불법 대선자금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않고 자신이 짊어졌다는 얘기인 듯했다.

이날 구치소 앞에는 이재정(李在禎)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열린우리당 백원우(白元宇) 의원과 일부 당 중앙위원만 나와 조촐하게 안 씨를 맞이했다.

그는 ‘앞으로 뭘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이날 청와대 386 참모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들은 그동안 자주 안 씨를 면회했지만 출소할 때 ‘후배들은 가능하면 나오지 말아 달라’는 안 씨의 당부에 마중을 나가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는 당분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쉴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386 의원은 “며칠 전 면회를 갔더니, 안 씨가 ‘외국에 나가라는 사람도 있고, 시골로 내려가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 씨는 머지않은 시점에 미국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년 4월 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때까진 국내에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분석이 엇갈린다. 한 측근은 “이제 대통령과 안 씨는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면서 “동업자 관계도 옛날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오른팔인 광재(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가 원내에서 역할을 하듯이 희정이는 VIP(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다른 막중한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재 의원은 이날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의정일기’에서 안 씨를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참으로 힘들고 모진 시간을 겪었다. 사람들이 희정이에 대해 물으면 나는 한마디로 말하겠다. ‘희정이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라며 동지애를 표시했다.

조만간 청와대 386 참모들은 안 씨를 만날 계획이다. 출소 축하연을 겸한 이 자리에서 안 씨의 거취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적절한 시점에 노 대통령도 안 씨를 불러 위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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