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세요” 따뜻한 손길들…‘화재참변 삼남매’에 온정 밀물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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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삼남매 소식이 알려지면서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각계 인사들의 방문과 시민들의 온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허준영(許准榮) 서울경찰청장에 이어 10일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대신해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또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 동아일보 김학준(金學俊) 사장 등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시했다.

줄잇는 조문
화재로 숨진 삼남매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10일 삼남매 아버지의 동료 경찰관들이 조문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기아자동차 노조 박홍귀 위원장(41)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지만 너무 안타까워 조합원끼리 성의를 모았다”며 빈소를 찾아 성금 300만 원과 장례용품을 전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한전검침사업본부의 검침원 전원도 모은 조위금 2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밖에 서울지방경찰청 동료들과 강동초교 등도 모금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서울경찰청 및 각 언론사 등에도 유가족을 후원하겠다는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 오고 있다.

삼남매의 아버지 금모 경장(36)의 계좌는 우리은행 3751-5496-102-002.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올해도 산타 선물 받았으면…”
큰딸 정민양 일기장 발견… 참변전날에도 써

“이제 몇 주 뒤 토요일은 크리스마스다. 난 산타할아버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재작년에 엄마와 나 동생들은 소원을 빌었는데 정말 선물이 왔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꼭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다. 기도해 보아야지.”

9일 새벽 경찰관인 아버지는 철야근무, 어머니는 신문배달을 하는 사이에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삼남매 중 큰딸 금정민 양(11)은 지난달 26일 여느 초등학생과 다름없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일기장에 적었다.

그러나 10여 일 뒤 삼남매에게 닥친 화마는 정민이의 이 소중한 바람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렸다.

화재로 숨진 금정민 양의 일기장

화마에 스러지기 전날인 8일 쓴 마지막 일기에서 정민이는 “학원에서 공기놀이를 했다. 선생님이 1등 하고 내가 2등 하였다”라고 썼다.

10일 오전 정민이가 공부하던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초교 4학년 8반 교실에서는 정민이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작지만 소중한 행사를 열었다.

장례식장을 다녀와서도 잃어버린 친구를 안타까워하던 학생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친구를 위해 크리스마스카드를 썼다.

‘춥지는 않니? 네가 동생과 놀던 모습이 생각난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9일 새벽 4시 50분으로 되돌릴 거야. 네가 갈 때 우리 모두는 울었어. 널 한번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꿈속에라도 한번만 나왔으면 좋겠다…. 친구 예진이.’

화재로 숨진 삼남매 중 큰딸의 친구들이 ‘천국’으로 부친 편지.

4학년 8반 학생들이 쓴 카드는 정민이의 어머니가 며칠 전 교실에 세워 준 크리스마스트리에 모두 걸어 놓았다.

같은 시간, 정민이와 함께 세상을 떠난 남동생 청훈 군(8)이 공부하던 강동초교 1학년 3반 교실에서는 친구 안건규 군(8)이 익숙하지는 않은 솜씨지만 또박또박 칠판에 글을 써 내려갔다.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됐지만 그동안 친했으니 우리 크면 천국 가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잘 지내…. 안녕, 친구야.’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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