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부정 수사확대]“학원장까지 不正 가세하다니…”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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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장 조사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수강생에게서 휴대전화로 답을 전송받아 또 다른 학원 수강생 7명에게 재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충북 청주의 입시학원장 B씨(뒷모습)가 1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청주=연합
학원장 조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수강생에게서 휴대전화로 답을 전송받아 또 다른 학원 수강생 7명에게 재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충북 청주의 입시학원장 B씨(뒷모습)가 1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청주=연합
1일 충북 청주시의 입시학원장이 학생들과 짜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기존의 ‘학생-학생’ 관계와 달리 학생들의 의존도가 높은 사교육계에서 부정행위에 개입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적발된 학원장이 컴퓨터를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학원생들에게 한꺼번에 전송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휴대전화뿐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검찰이 보완지시를 내림에 따라 경찰의 수사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학원장까지 가담=청주동부경찰서는 이날 청주의 한 예체능계 전문학원 원장 B씨(30)가 학원생인 L씨(21)에게서 1교시 언어영역시험 답 60개를 전송받은 뒤 컴퓨터를 이용해 학원생 7명에게 재전송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B씨는 경찰에서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이 끝나기 20여분 전 L씨에게서 답이 적힌 문자메시지를 전송받아 컴퓨터로 7명의 응시생에게 재전송했다”며 “그러나 학원생들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한 일일 뿐 금품은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L씨는 당시 시험 감독관들에게 “배가 아프다”며 거짓말을 하고 화장실에 간 뒤 감독관 몰래 숨겨 간 휴대전화로 답을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언어영역 외에 다른 과목의 답도 문자메시지로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2일 이동통신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기로 했다. 또 이들의 휴대전화 송수신 명세 등을 정밀 분석하고 B씨가 사용한 학원 컴퓨터를 확보해 복원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경찰은 이번 수능 시험에 응시한 이 학원생 32명이 부정행위에 연루됐는지 조사하는 한편 학부모들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수사 전망=경찰은 이에 앞서 추가로 압수한 KTF 문자메시지(1만2000여건)를 분석해 △전북 3개 그룹 7명 △광주, 전남 순천 4개 그룹 8명 △서울, 충남, 경남 마산 각각 1개 그룹 2명씩 등 10개 그룹 21명을 이날 추가로 밝혀냈다.

당초 경찰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개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숫자 ‘0’과 ‘?’ ‘짝수’ ‘홀수’ ‘주관식’ ‘객관식’ ‘언어’ ‘가형’ ‘나형’ 등의 단어가 표시된 10여개 유형의 메시지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려 했으나 검찰이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영장을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처음보다 수사 대상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원장의 경우처럼 컴퓨터로 대량의 문자메시지를 일괄 전송하는 SMS 방식을 사용했거나 ‘ㄱ’ ‘ㄴ’ ‘ㄷ’ 등 또 다른 기호를 이용했을 경우 현실적으로 조기에 의혹을 완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의 경우 메시지 전체 내용을 보관하고 있는 KTF, LG텔레콤과 달리 6바이트(한글 3자 또는 영문 숫자 6자)만 보관하고 있어 ‘수리1’ 등의 문자메시지를 적발한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부정행위 가담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점도 수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경찰은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누차 공언하고 있으나 “공정성을 위해서는 모든 부정행위자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경찰 수사가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된다.

올해 수능 부정행위 적발현황
방법지역소지역기존 적발1일 추가 적발
휴대전화문자메시지부정행위서울.5개 그룹 12명1개 그룹 2명
충북청주.1개 그룹 9명(학원장 개입 첫 적발)
충남부여1개 그룹 2명1개 그룹 2명
천안2개 그룹 4명
전북전주5개 그룹 24명3개 그룹 7명
정읍2개 그룹 9명
고창2개 그룹 8명
남원2개 그룹 5명
광주 .4개 그룹 183명(제보)/9개 그룹 27명4개 그룹 8명
전남순천2개 그룹 10명
경남마산.1개 그룹 2명
소 계34개 그룹 284명11개 그룹 30명
대리시험서울..27명
인천..2명(자수)
광주.2명.
울산..1명(자수)
소 계2명30명
총 계45개 그룹 346명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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