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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2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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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부정시험 주범으로 구속된 J고 3학년 K군(19)의 어머니 A씨는 25일 본보 기자와 만나 "아이가 명문대가기를 바랐던 부모가 죄인"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A씨는 "중학교 때 공부도 잘하고 해서, 고2까지 영어수학 과외를 시키면서 명문대 가야한다고만 강요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한번도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지 않다"고 후회했다.
그는 "TV 뉴스를 보다가 '설마 내 아들일까'라고 생각하다 잠깐 눈을 부친 사이 경찰이 밤에 아들을 데리러 와서 너무 놀랐다"면서 "그 충격 때문에 아버지는 일주일 동안 몸무게가 5㎏이나 빠졌고, 직장도 그만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요즘도 청심환이 없으면 가게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도 힘들다면서 "친척들이 '아들 시험 잘 봤느냐'고 전화하면 성적이 나빠 내년에 재수할 것이라고 속여 말하는 게 괴롭다"고 말했다.
A씨는 "제발 장래를 망치지 않는 범위에서 처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수능시험을 대리로 친 혐의로 붙잡힌 서울 S여대 제적생 K씨(23)의 아버지(48·울산 남구)는 이날 "가난이 내 딸을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했다. 딸에게 학비와 용돈을 주지 못한 내가 죄인"이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K씨의 아버지는 울산의 월 20만원짜리 단칸 사글세방에서 어렵게 살며 경남 밀양에서 일용 잡급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딸이 2001년 서울로 진학하겠다고 해 가장 형편 때문에 안된다고 만류했다"며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서울로 진학하겠다고 우겨 등록금만 겨우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년전 집으로 카드대출 미납금 300만원을 납부하라는 통지서가 배달돼 '네가 알아서 공부하겠다더니 웬 빚이냐'고 야단쳤다"며 "서울 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딸과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은 어릴 때 용돈을 주면 책을 사볼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으며 착한 아이였다"며 "지금도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한 동생(19)을 서울로 불러올려 돌봐주고 있다"고 울먹였다.
광주=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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