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초등학생-미취학아동 조기 경제교육 바람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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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경제교육 교재들
어린이 경제교육 교재들
《시장경제와 기업 활동, 금융 등의 중요성을 어린이에게 가르치는 조기 경제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성인과 청소년이 주 타깃이던 경제교육의 대상이 초등학교 어린이와 미취학 아동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정부와 기업, 학교가 ‘3위 일체’로 움직이는 가운데 직장인들이 강사로 나서 생생한 현장 경제를 알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경제를 알아야=경기 성남시에 있는 이매초등학교는 10월 5일부터 이달 9일까지 5주 동안 전교생에게 경제교육을 실시했다.

청소년 경제교육 전문 비영리법인인 주니어어치브먼트코리아가 교육을 주관했고 성남시에 본사가 있는 KT를 비롯해 삼성SDS와 SK텔레콤 등에서 일하는 직장인 30명이 강사로 나섰다.

1학년을 맡았던 KT 사회공헌팀 목진혜(睦鎭惠·여)씨는 “어린이가 기업에 대해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생활과 기업을 연관지어 가르쳤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것을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고 아빠 엄마가 돈을 벌어 그것을 사다 줄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이라고 설명했어요. 아이들이 바로 머리를 끄덕이더군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치초등학교도 최근 1∼3학년 학생에게 경제교육을 실시했다. 올해 3, 4월 고학년(4∼6학년)에게 경제교육을 한 효과가 좋아 저학년에게도 실시한 것.

대치초등학교 정의단(鄭宜端) 교사는 “어린이들이 강사와 함께 과자를 만들면서 기업의 생산 과정을 체험하는 등 다양한 교육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교육=어린이가 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교재와 강의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청소년 시장경제 교육용 만화책 ‘재미있는 두루누리 경제’ 10만부를 만들어 전국 초중고교와 도서관에 배포했다. 연세대 정갑영(鄭甲泳) 교수가 글을 썼고 만화가 박철권(朴哲權)씨가 그림을 맡았다. 만화책은 ‘경제가 뭐예요’ ‘아이스크림 가격 좀 내려 주세요’ 등 모두 7개 단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어린이가 시장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7월 간행한 초등학생용 경제교육 서적 ‘돈은 고마운 친구’는 지금까지 3만5000부, 작년 12월 발행한 초등학생용 경제교육 만화책 ‘돈을 알자 경제를 알자’는 1만7000부가 팔렸다.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 학원인 ‘휠리스쿨’(www.filischool.co.kr)은 초등학생이 모의 주식투자를 하며 살아 있는 경제와 금융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독특한 강의 방법을 도입했다.

▽조기 교육으로 반(反)기업정서 순화=전문가들은 조기 영어교육과 마찬가지로 조기 경제교육이 머지않아 정착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치초등학교 정 교사는 “어릴수록 배운 것을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교육 전보다 경제 이해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연구소 박철(朴鐵) 전문연구원은 “학생들이 입시 교육에 시달리기 전에 경제를 제대로 알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손영기(孫榮基) 경제조사팀장은 “어린이에게 시장경제의 중요성과 기업의 역할 에 대해 가르치면 우리 사회에 만연된 반기업정서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학교의 노력에 기업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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