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휴대전화 不正]“작년-재작년때도 했다는 소문 들어”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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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C고 3학년 K군은 21일 “성적을 올리고 싶은 욕심 때문에 부정행위에 가담하게 됐다”고 말했다.

K군은 이날 경찰 진술에서 “성적 때문에 강박관념에 시달려 왔다. 커닝이 이렇게 큰 문제인줄 몰랐다”며 눈물을 쏟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음은 K군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언제부터 준비했나.

“8월경 수능 부정행위를 하기에 좋은 기종의 휴대전화가 있다는 내용이 인터넷상에 떠돌아 다녔다. 이때부터 광주 모 중학교 출신들을 중심으로 수험생 등을 모았다.”

―수법이 치밀하던데 예행연습은 몇 차례 했는가.

“놀이터 등에서 2, 3차례 했다.”

―실제 시험에서 모두 답을 보내고, 후배들로부터 정답을 받았는가.

“나 같은 경우엔 휴대전화를 후배와 연결한 상태에서 시험을 봤는데 막상 부정행위를 하려고 하자 겁이 났다. 그래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나는 문자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

―누가 주도했는가.

“우리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알고 있다.”

―서울 등지에 수능 부정행위를 주도한 브로커 등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모의고사 등 학교시험 때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있었는가.

“그런 사실 없다. 다만 선배들이나 동료들에게서 작년과 재작년 수능 때도 이런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부모들이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는데….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가담자들이 돈을 갹출했다는데….

“그건 사실이다. 나는 10만원을 냈다. 20만원을 낸 아이들도 있고 50만원까지 낸 아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많이 냈고, 일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돈을 안낸 경우도 있었다.”

―10만원은 어떻게 마련했는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책을 산다’며 여러 차례 거짓말을 해 돈을 모았다.”

―후배들은 어떤 조건으로 선배들을 도와줬는가.

“모 중학교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조건 같은 것은 없다. 일부 후배들은 ‘재미있다’고 하기도 했다.”

―지금 심경은….

“죄는 달게 받겠으나 커닝이 이렇게 큰 문제인 줄 몰랐다. 고혈압으로 고생하신 어머님께 죄송하다.”

―나쁜 짓인 줄 알면서 왜 가담했는가.

“강박관념에 시달려 점수를 올리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광주=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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