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조상 전문 유골도굴범 검거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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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조부의 유골을 도굴한 범인은 5년 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부친의 유골을 도굴한 주범인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18일 김 회장 조부의 유골을 도굴한 혐의로 정모(43), 박모(47), 조모씨(38)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김모씨(40)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0일밤 공주시 정안면 보물리 김 회장 조부의 묘에서 두개골과 팔, 엉덩이 뼈 등 유골 5점을 도굴한 혐의다.

이들은 유골을 비닐봉지에 넣은 뒤 플라스틱 통에 담아 박씨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 군북면 야산에 묻은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 21일 오전 한화그룹 회장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김승연 회장을 바꿔 달라. 조부의 유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가 "부재 중"이라는 답변에 그대로 끊고 잠적했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범행 전인 지난달 7, 9, 18일 등 3차례 현장을 답사하고 도주로로 이용할 산길 주변의 나무 가지를 쳤으며, 협박 전화 당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정씨는 1999년 롯데그룹 신 회장 부친 유골 도굴사건의 주범으로 이번 사건을 제안했으나 경찰의 동일전과자 수사를 우려해 사건 당일에는 현장에 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성탄절 특사로 출소한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왔다.

정씨는 현재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나 박씨는 "사업에 실패해 수억 원의 빚을 졌는데 9월 같은 동네에서 어울려 지내던 정씨가 '돈을 벌 방법이 있다'며 범행을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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