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묘기 보자” 제주 ‘우즈 열풍’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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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모습을 담아라”‘골프 황제의 움직임을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 14일 제주 라온GC에서 열린 MBC라온건설인비테이셔널대회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가 연습 스윙을 하자 갤러리들이 디지털카메라와 캠코터 카메라폰으로 황제의 샷을 영상에 담고 있다. 제주=변영욱기자 cut@donga.com
“황제의 모습을 담아라”
‘골프 황제의 움직임을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 14일 제주 라온GC에서 열린 MBC라온건설인비테이셔널대회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가 연습 스윙을 하자 갤러리들이 디지털카메라와 캠코터 카메라폰으로 황제의 샷을 영상에 담고 있다. 제주=변영욱기자 cut@donga.com
“굿샷” “굿샷”….

2004 MBC라온건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7만7000달러)이 열린 14일 제주 라온GC는 3000여명의 구름관중이 토해내는 탄성으로 가득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타이거 우즈(미국)와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최경주(슈페리어, 테일러메이드) 박세리(CJ) 등 4명의 선수만 벌이는 스킨게임이어서 갤러리들은 페어웨이를 따라 이동하며 슈퍼스타들의 플레이를 지척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슈퍼스타들의 플레이에서 느끼는 생동감도 멀리 떨어져 봐야 하는 정규 스트로크 게임의 두 배.

제주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가슴을 졸이던 대회 주최측은 오전에 열린 ‘4인 골프클리닉(선착순 200명)’을 관람하기 위해 새벽부터 갤러리가 몰려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여행을 겸해 이틀 전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황성호씨(50·건설업)는 “화면으로만 봤던 우즈를 직접 보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우즈를 더 많이 응원했는데 상금은 몽고메리가 더 많이 따서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김선화씨(47)는 “박세리 선수가 남자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기죽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이 대견스럽다. 박세리가 이번 대회에서 자신감을 찾아 내년 시즌에는 올 시즌 부진까지 한꺼번에 만회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일본인 갤러리 300여명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최근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용사마’ 배용준이 드라마 ‘겨울연가’를 찍었던 춘천 여행과 이번 대회 티켓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구입해 제주를 찾았다.

갤러리들의 관전 매너도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망치는 휴대전화 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수천명의 갤러리가 한 조를 따라 다니는 바람에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갤러리들 사이에 종종 험한 말이 오가고 멱살잡이까지 나온 것은 ‘옥에 티’.

이번 대회 갤러리 티켓은 역대 국내골프대회 중 가장 비싼 20만원. 그런데도 2500여장이나 팔리는 등 국내 골프이벤트 중 최대 흥행기록을 남겼고 경기침체로 관광객이 줄어든 제주도는 ‘타이거 우즈 특수’로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제주도는 이번 대회를 통해 ‘관광 제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주요 도로 곳곳에 홍보탑을 설치하는 등 대회 홍보에 열을 올렸다. 대회 ‘딜레이 중계권’을 산 영국의 BBC는 유럽지역 32개국에, 미국의 ESPN은 아시아 전역에 방송할 예정이다.

제주=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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