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포럼’ 출범]“法대로” 우리사회 청사진 다시 그린다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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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헌법포럼’ 발기인대회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 초대 대표로 이석연 변호사(왼쪽에서 두번째)가 선출됐다. 이종승기자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헌법포럼’ 발기인대회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 초대 대표로 이석연 변호사(왼쪽에서 두번째)가 선출됐다. 이종승기자
‘헌법포럼’의 발족은 무엇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헌법을 매개로 대국민 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이들이 출범 선언문에서 “권력의 독선으로 대한민국이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어…” “헌법적 가치가 기득권 타파라는 정치적 구호로서 침해 내지 폄훼되고 있어…”라고 현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시국선언’이란 해석도 나온다.

▽누가 참여했나=포럼 발기인들은 법학 행정 경제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다.

30대 후반∼50대 초반인 이들 중 대다수가 1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교수 시국선언에 참여했거나, 8월 시장경제를 연구하기 위해 구성된 ‘시장제도연구회’ 소속 회원으로 성장보다 분배, 경쟁보다 평등을 앞세운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들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현 정부의 철학이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의 가치를 담고 있는데 현재 정부가 이 같은 헌법의 기본이념을 뛰어넘는 주장이나 정책대안을 제시 또는 시행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시시비비를 가리면서도 수구보수적 논리와는 선을 긋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표에는 이석연(李石淵) 변호사가, 총무에는 숭실대 강경근(姜京根·헌법학) 교수가 선출됐다.

▽활동계획은=포럼은 연말까지 1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도록 해 현 정부의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한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현 정부의 4대 개혁입법 가운데 특히 언론관계법과 사립학교법,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 도입은 위헌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각계 전문가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한미관계, 북한 핵문제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하나씩 제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탈(脫)정치 표방=포럼은 정치적으로 ‘탈정치’를 표방했다. 포럼은 출범 선언문에서도 “특정 정권이나 정당 내지 정치세력에 대해서 일정한 경향성과 지향성을 갖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포럼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점에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등 친여단체 등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헌법포럼’ 출범선언문 요약▼

우리는 권력의 독선과 파편화된 개인들의 아집과 주장 때문에 관용과 조화의 사회로 나가지 못한 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적 연대가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우리는 공동체의 시민적 가치가 헌법의 정신에 따라 실현되어야 한다는 신념하에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헌법포럼’을 열고자 한다.

헌법포럼은 국가의 핵심이자 국제적 신인도의 척도인 헌법이 우리 사회에서 홀대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 반성을 표한다. 신뢰와 예측가능성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기득권 타파라는 정치적 구호로 침해 내지 폄훼되고 있는 비헌법적 상황을 배격한다.

변화와 개혁은 국민의 구체적 삶을 보다 자유롭고 풍요롭게 하는 실용주의적인 것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하여 헌법포럼은 헌법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지표로 하여 시민사회에 다가갈 것이다. 이념, 세대, 지배와 피지배 등의 이분법적 기준과 근본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경험에 근거해 실사구시를 제시함으로써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가지고자 한다.

헌법포럼은 특정 정권이나 정당 정치세력에 대해 경향성과 지향성을 갖지 않을 것이다.

▼헌법포럼 발기인(창립자) 명단(가나다순)▼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 구정모 강원대 교수(경제학),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 김진수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박진경 관동대 교수(교육학), 배금자 변호사, 유한수 포스코 건설 상임고문, 이광윤 성균관대 교수(행정법),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행정학), 이석연 변호사, 이영해 한양대 교수(경영학),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학), 이종수 한성대 교수(행정학), 정진영 경희대 교수(정치학), 제성호 중앙대 교수(국제법 북한법),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창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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